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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희색' 음반업계는 '사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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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5일 '소리바다' 운영자에 대해 법원이 공소기각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일단 네티즌들은 부담 없이 음악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유.무죄 판단을 법원이 유보한 것이지만 사실상 무죄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 결정이라서다.

반면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 음악 파일 문제로 음협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벅스뮤직(bugsmusic.co.kr)이나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동호인 카페(cafe.daum.net)도 이용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은 곧 항소할 뜻을 밝혀 소리바다 논쟁은 2 라운드를 앞두게 됐다.

◆네티즌 환영, 음반업계 침통="그동안 해오던 대로 소리바다 파일을 내려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 잘된 일이다. 아예 무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 네티즌 eoninwoo)

"앞으로 떳떳하게 온라인 음악파일을 이용하고, MP3 플레이어도 자신있게 쓸 생각."(siziseviyorum)

음악사이트를 즐기는 네티즌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러나 음악사이트들의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아온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법원이 엄연한 범법 행위를 방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이하 음협)의 박경춘 회장은 "소리바다에서 공유되는 파일 자체는 타인의 저작권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음원을 복제한 것"이라며 "이런 불법 파일을 주고 받는 소리바다에 대해 유죄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대중음악산업을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음반업계는 소리바다와 같은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인해 연간 2천5백억원의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저작권법이 현재 사회상황과 기술기반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네티즌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무료 파일 공유를 통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해온 네티즌들에게 저작권이란 단어가 지나치게 생경하다는 지적이다.

◆해외판 '소리바다'는 어떻게=소리바다의 원조격인 해외판 '냅스터'의 경우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은 없다.

소리바다의 운영자(양정환씨 형제) 측 변호인인 조원희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는 네티즌들끼리 서로 파일을 교환하는 P2P사이트인 '그록스터''스트림캐스트'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 운영자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냅스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으로부터 사이트 폐쇄를 명령받고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며 현재까지도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 8천5백만달러를 주고 미국판 냅스터를 인수한 독일의 미디어그룹 베텔스만은 프랑스의 미디어그룹인 비벤디 유니버설 등 음반회사들로부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사 서비스 카자(Kazaa)가 냅스터의 뒤를 잇는다. 미국 음반업계는 카자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려 했으나 책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카자의 경우 프로그램 배포 법인은 남태평양의 섬나라에 있는 반면 운영을 맡은 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으며,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는 것.

지난해 10월 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카자의 관리인이 누구인지 가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은주.김현경 기자

*** 공소기각이란

검찰이 공소(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에 기소장을 제출하는 것) 내용을 잘못 적거나 공소권이 없는 사건을 기소하는 등 공소 제기가 형사소송법 요건에 맞지 않을 때 법원이 공소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소리바다 사건의 경우 네티즌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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