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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많은 기업과 투자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들어 부분적으로 내수경기가 과열되고 있으나 지속적인 경기상승의 지주가 될 기업의 시설투자는 별로 활발하지 않은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금년 기업의 시설투자는 작년보다 낮은 7%정도 증가할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투자저조가 우려되고 있는가운데, 정부는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의 신규투자 금지와 부동산처분 계획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 공급할 총통화규모가 1조9천4백억원인데 총통화공급계획 15%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수요를 억제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현재 주거래은행별로 받고 있는 기업의 자금수급 계획을 철저히 지키도록하고 아직 계획을 내놓지않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신중단등의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화공급계획을 계획대로 끌고나가면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려면 금융자금 의존도를 낮추어 나갈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는것 같다.
또 일부기업의 부동산 재매입사건등과 관련, 비업무용 부동산의 처분등을 하지않을수 없게끔 압력을 가하자는 의도라고도 해석된다.
물론 과다한 차입금을 지고 있으면서 부동산을 사들인다든지하는 일부기업의 행동이 상궤를 벗어난것이며 그러한 기업에 추가자금을 공급치 않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여 스스로자금을 조성하라는것은 당연한 요구이기도하다.
금년도 통화공급계획을 지키고 안정기조를 다지려면, 한층 더 금융긴축을 해야한다는 명제에도 일리가 없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측면에서 분석할때, 시설투자의 저조가 지속적인 경기상승에 제약요인이 되고 세계경제가 회복하는데 따른 해외수요증가 기회를 충분히 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과소평가하고있는것 같다.
기업의 시설투자는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성질의 것이므로 투자자금 공급에 지나치게 인색할 필요는 없다.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에 투자자금을 공급치 않겠다는것도 단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81년 자기자본비율은 18%로 80년의 17%에서 약간 개선되고 있으나 대만의 36·1%(80년), 일본의 20·6%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에 있다.
경쟁국보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그만큼 경쟁력 약화의 일인이 되고있기도하다. 국내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 있어야한다는것은 당연한 논리다.
문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논상의 차이에 있다.
현실적으로 제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49·4%(81년)에 이르고 있는터에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있는 기업에만 투자자금을 공급한다면 어느 기업이 해당될 것인가.
기업의 투자활동을 지원, 경영을 호전시켜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을 키워주는것이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책이 아닌가.
기업에의 자급공급은 단순한 현재의 재무구조 기준에서가 아니라, 사업성·경영전망등을 평가하여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조경정책이 입안되기를 바란다.
경제정책이 탄력성을 잃을 경우 국민경제활동도 경직된다는것은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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