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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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콜로라드 스프링즈. 그곳에서 두개의 기적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육상남자 1백m와 여자 1백m에서 각각 세계신기록이 작성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캘빈·스미드」는 9초93의 경이적인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시계의 초침이 똑딱하고 움직이는 사이에 무려 10m를 넘게 달린 것이다.
그 기록은 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미국의「짐·하인즈」가 수립한 9초95를 15년만에 0.02초 단축한 것이다.
0.02초의 단축. 그것은 대단치 않아 보이는 기록 갱신이지만 거기엔 엄청난 의미가 있다.
인류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인간의 출현 사실이다. 기록 자체는 인간의 한계에 보다 접근한 위업이다.
그러나 인문의 한계기록은 멀지않아 깨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인간 총알」이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칼· 루이스」가 기다리고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지난4월 9초93의 기록을 세웠으나 뒷바람때문에 아깝게 세계기록으로 공인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평지기록 작성을 고집한다. 고지대에서의 기록작성은 쉬운 일이라서 의미가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올해 두 번이나 「스미드」를 앞섰던 그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도 그때문이다.
콜로라도 스프링즈는 2천1백94m의 고원지대. 「하인즈」가 세계기록을 수립했던 멕시코도 해발2천3백m의 고원지대. 고원지대의 낮은 공기 저항상태가 신기록을 낳는다는「오명」을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업적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자부심이 만만치가 않다.
결국 세계 기록의 사나이 「스미드」와「루이스」는 내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대결해야할 운명에 놓여 있다.
물론 두사람만의 동결로 속단할 수도 없다. 소련과 동독의 강호들이 은밀하게 기량을 닦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기록을 세울 다크 호스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칼· 루이스」는 다른 의미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있다. 「제시·오엔즈」이래의 새로운 육상 4관왕이 출현할 것인가 하는 기대다. 그는 지금 1백m, 2백m, 4백m 릴레이, 넓이뛰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두 평지에서 작성한 기록이지만 모두 세계2위의 기록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기록경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0년동안에 마라톤 기록은 13n%, 1천5백m는 5%, 1백m에선 l·5%의 기록향상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록은쉬지 않고 갱신되고 있다. 1백m뿐 이아니다. 올해들어서만도 세계기록은 8개종목에서 무려 10개의 기록경신이 이루어졌다. 그건 체격, 체력의 향상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기술에 대한 연구가 밑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의 기록은 아직 엄청나게 낙후된 상태다. 서말구의 10초34나 박미선의 11초56은 세계에서 B그룹 기록에 머무를 뿐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우리스포츠계의 분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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