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화상들이 남긴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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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 설치된 프레스룸.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날 막을 내린 8차 화상(華商)대회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의 말대로 이번 화상대회의 성과는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 세계 6000만 화교 사회와의 인적 교류에 물꼬를 텄고, 화교에 배타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태국 타이다실업의 류진팅(劉錦庭) 회장은 "과거엔 한국 대통령이 앞장서 화교를 몰아냈는데 서울에서 화상대회가 열린 것만도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3일간 대회 현장에서 만난 화상들은 한국 사회의 이같이 달라진 태도를 반기면서도 우정 어린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노동시장의 높은 장벽과 부족한 투자 정보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려 해도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미국화상회 덩룽(鄧龍) 회장은 "(한국의) 이민 관련 법이 특히 까다롭다. 이민족을 존중하는 법을 만든다면 화상 자본뿐 아니라 유대인과 아랍 자본까지 몰려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국 롄상지주회사의 류촨즈(柳傳志) 회장은 "중국 정부는 국민에게 성취 동기를 심어줘 고성장을 이뤘다. 한국이 평균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개인과 기업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많은 화상은 해외를 찾아다니며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여는 중국 공무원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서 "한국의 투자 환경을 소개하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들을 향한 따끔한 질책으로 들렸다. "같은 값이라면 우리에게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도 큰 중국에 투자하지, 왜 한국을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하는 화상도 있었다. 어떤 이는 "우리는 친구를 보고 투자한다. 길게 보고 신뢰를 쌓으면 투자는 절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화상이 남기고 간 메시지를 차분히 반추할 필요가 있다. 2조 달러(약 2000조원)가 넘는다는 화교 자본의 투자 유치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장세정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