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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상‥‥』‥‥겸손한 자세와 사모의 정 잘 드러내|『향수』‥‥이국생활서 겪는 외로움과 현장감 물씬 풍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옛날 정극인이 한유로 있을때 삼품가좌를 제수받고 그기쁨을 「행상」이라는 단가(사설시조)로 노래한바 있었듯이『신사임당상을 받으며』는 제목에 나타난 바와같이 서예와 시조에 능한 김우란여사가 그 상을 받게 된 감회를 시조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여성상으로서의 신사임당을 기리는 마음과 수상식장에 이르는 심경, 그리고 겸손을 잃지 않는 자세와 사모의 정이 잔잔한 시정으로 흐르는 안정된 작품이라 하겠다. 『천더기』는 4수의 긴 시조였으나 줄여 보았다. 시조는 단형의 형식이기 때문에 자유보다 더욱 함축적 표현과 생략의 묘를 살려야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비극적 인식 상황을 보이는 만큼 자조적 일변도로 흐르고있으나 이러한 직설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승화된 서정으로 표현할수 있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시조를 쓸수 있으리라 믿으며 『향수』는 고국을 떠나 중동의 사막에서 생활하는 작자의 고달픔과 이국에서 겪는 외로운 심경이 바탕에 깔린 작품으로 그 현장감이 살아나 있으며 고국에 둔 꼬마에 대한 부정이 종합적인 향수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종장(3543)의 음률을 지키기바란다. 『각II』는 감성의 훈련이 쌓이면 좋은 시조를 쓸수 있는 작자의 역량을 보이는 작품으로 자아의 인식상황이 인생론적 바탕위에 전개되고 있다. 군데군데 관념적인 언어가 걸리기는 하나 생각의 깊이와 상장에 처하는 심정적 조화가 무난히 생경함을 극복해주고 있다. 『신혼』은 농가의 조용한 풍경과 생활의 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신혼의 사랑과 행복에 젖은 자족감이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심정이 소박하게 표현된 작품이라 하겠다.
『추풍령을 넘으며』는 6.25를 제재로 한 시조다.
한국전쟁은 한국문학에 있어서 무궁한 자원이 될것이다. 그러나 근래 한국전쟁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처럼 인식된 듯한 느낌으로 그 비극적 상황이 피상적 표현에 그치고 있음은 반성을 요하는 바라 하겠다. 이 작품도 절실한 민족의 비극적 상황이나 정리된 의식을 찾아볼수 없는만큼 큰 감동을 주지못하고 있다. 60년대초 이근배의『한강교』는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지 않을수없다.
꽃핏 노을처럼/지맥에 타는 강물 비극의 골짜기를/기어오른 종소릴레 단국의/눈먼 외로움으로/깊은밤을 흐르고
망각의 강안에서/안개로 묻히는가 입깨문 묵원으로/하늘을 이고 누운 한강교/녹슨 꿈엔/눈바람만 이누나.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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