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와 귀화 일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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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액의 외화밀반출사건으로 말썽을 빚고있는 산성골프장 소유주 윤?훈씨 (65)틀 일부 국내신문이 재일교포로 지칭하고 있는데 대해 일본교포사회에서 거센 반발을 보이고있다. 『그가 일본인이지 어째서 재일동포냐』고 따진다. 사실 윤씨는 귀화한 일본인이며 그의 이름은 「고모다·게이지」 (?엔?이)다.
민단중앙본부의 한 간부는 일본에 귀화한 사람을 한국적을 가진 동포와 똑같이 재일동포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우리가 한국인으로 차별받으며 고생하고 있는데 그들은 버젓이 일본인으로 행세하고 일본인으로서 혜택을 받고있다.
그런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재일동포○○○」라고 말한다면 이는 재일등포의 이미지를 부당하게 더럽히는 것이 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재일동포라는 말이 흔히 한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해온 만큼 귀화인을 구분해서 불러달라는 요구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이 간부는 귀화한 사람들을 「귀화일본인」으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단측은 이번 「고모다」사건에서 제기된 호칭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일 간부회의를 열고 그 결과를 외무·내무·문공부에 의견서의 형태로 제출 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민단이 이 문제에 어떤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 사는 우리동포 중 일본국적을 취득한 귀화인의 수는 대략 10만명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81년 한햇동안에만 7천9백여명이 귀화했다.
대체로 연간 1만명 가까운 숫자가 우리국적을 버리고 일본에 귀화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 같다.
재일 한국인문제에 관심이 깊은 동경대학의 「오오누마」(대소보)교수는 지난 29일 동경의 한국연구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재일교포사회가 귀화에 의해 가속적으로 해체과정을 밟고 있으며 빠르면 20년내에 일본사회에 흡수돼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교포사회가 조국을 모르는 2, 3세에 의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이미 전체 재일교포 숭 1세의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거기에 일본정부가 국적법을 고쳐 일본국적 취득의 길을 넓힐 움직임을 보이고있는 점을 고려하면 「오오누마」교수의 지적은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민단의 한 관계자는 『그 시기가 20년도 채 안걸릴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재일교포사회가 일본에서 해체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귀화인문제는 바로 자신의 문제 혹은 자기의2, 3세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일교포사회는 이제 새로운 측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신성순 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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