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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캐릭터 신발업체 ‘윌리엄 램’ 김유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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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캐릭터를 붙인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김유 사장. [둥관=김상선 기자]

한국 신발산업은 1990년대 초까지 세계 최고였다. 한국 업체가 세계 1~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92년부터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뒤 대만과의 경쟁에서 패하며 한국 신발업계는 전멸했다. 신발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다. 가격으로는 중국 업체와 경쟁이 안 된다. 수많은 국내 기업이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했다가 문을 닫거나 철수했다.

 하지만 한국의 명성을 이으며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선 곳이 있다. 아동용 캐릭터 신발에서 세계 1위인 윌리엄 램이다. 지난달 3일 중국 광둥성 둥관에서 만난 김유(59) 사장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힘은 부가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용 신발에 바비와 키티, 디즈니의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붙여 제품 가격을 높였다. 캐릭터를 부착한 윌리엄 램의 공장 출고가가 4달러라면 캐릭터가 없는 경우는 1.5~2달러에 불과하다. 캐릭터로 인해 제품의 가치가 배로 뛴 것이다.

 종합무역상사 선경(현 SK네트웍스) 신발부문에서 일했던 그는 94년 회사에 사표를 내고 독립해 이듬해 홍콩으로 건너왔다. 둥관으로 건너와 공장을 세운 건 97년이다. 선경에서 일하던 시절 알았던 영국 브랜드 윌리엄 램과 손잡았다. 김 사장은 “당시 윌리엄 램은 거의 망한 회사였다. 단순히 신발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바비 캐릭터 사용권을 사와 신발에 붙였고, 그게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밸류 체인을 고도화해 전통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윌리엄 램은 라오스 직영공장과 하청을 포함한 22개 공장에서 연간 1000만 족의 신발을 생산한다. 매달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만 100대다. 연매출은 7000만 달러에 이른다. 직원 7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1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할 만큼 커졌다. 내년 봄·여름(S/S) 시즌용 330만 족의 주문도 다 받은 상태다. 2006년 설립한 라오스 공장의 경우 주문이 많아 감당을 못할 지경이다. 라오스 최초의 외국인 투자였다.

 아동용 신발에서 입지를 다진 그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여성용 신발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샘플실과 실험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사추라라는 검사 기관과 계약해 샘플에 대한 검증서도 발급받고 있다.

 ‘신발업=사양산업’이라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김 사장은 강조했다.

 “1인당 2.5족의 신발이 새로 필요하다면 연간 전 세계 신발 수요는 150억 족이나 됩니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찾는 게 신발이에요. 컨버스화는 100년 된 제품이지만 지금도 생산되고 있습니다. 신발만큼 안정적인 사업은 없어요. 머리를 쓰면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입니다.”

둥관=하현옥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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