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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SNS 달군 이케아 '답정너'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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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숨만 쉬어도 화제’라는 말은 이케아에게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달 개점하기 전부터도 채용설명회, 가격 공개, 한국어 홈페이지 개설 등 움직였다 하면 디지털 세상이 들썩였습니다. 일본해 표기, 시급 부풀리기 논란 같은 잡음도 있었지만 어쨌든 ‘무플(댓글 없음)보다 악플이 낫다’는 게 이 바닥 생리죠.

 이케아는 이번 주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달궜습니다. 지난 16일 방영된 KBS ‘소비자리포트’의 오역 때문이었죠. 방송은 이케아 일부 제품의 국내 가격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내용을 방영하면서 시카고대학 교수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이런 가격 차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놀랍다”는 자막을 달아서요. 그런데 자막과 달리 교수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not uncommon)”, “놀랍지 않다(It would not surprise me)”는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 제작진은 이틀 만인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not uncommon’을 ‘not a common’으로 잘못 들어 나머지도 오역하게 됐다는 겁니다. 네티즌들은 ‘답정너 방송’이라며 조롱했습니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있어. 넌 그냥 대답만 하면 돼’를 줄인 인터넷 용어입니다. ‘이케아 답정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경제 이슈를 소비하는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싸게 팔면 ‘소상공인 다 죽이네’, 비싸면 ‘우리가 봉이냐’ 등. 개점 한 달도 못 돼 ‘이케아도 의무휴업’ 법안이 발의되는 이 스피드, 답정너라면 가능합니다.

 답정너에 빠지면 진짜 답은 못 찾는다는 게 함정입니다. 이케아 가구엔 관세도 없다며 ‘역차별’ 호소하는 국내 가구업체들, 화만 내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지혜를 모을 순 없을까요? 이케아가 약속한 일자리 창출, 단순 매장직 외에 가구디자이너 양성 같은 건 안 될까요? 유럽보다 낮은 국내 가구 유해물질(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 이걸 확 올려서 보다 안전한 가구 사용하면 안될까요? 풀어야 할 문제가 이렇게 많은데 말입니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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