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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대박 날 영화 척 보면 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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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현재까지 국내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것은 '쇼박스 제공'이다. 역대 국내 흥행 4위로 훌쩍 뛰어오른 '웰컴투 동막골'(790만.이하 수치는 쇼박스 자체 집계)과 '말아톤'(517만)에 이어 코미디 '가문의 위기'(540만) 등 올해 관객 500만 명을 넘긴 세 작품이 모두 쇼박스가 주요 투자사로 참여해 배급까지 한 영화들이다. 이에 힘입어 올 들어 쇼박스는 수입외화를 포함한 17편 영화로 지금까지 270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 지난 2년 연속 관객점유율 1위였던 CJ엔터테인먼트를 앞지르고 있다.

배급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보이는 이런 성장세는 지난해 '태극기 휘날리며'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100억원이 넘는 예산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던 '태극기…'는 5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동시개봉하는 진기록과 함께 한국영화 흥행신기록을 세웠다. 올 설 대목에 개봉한 '말아톤' 역시 장애인 소재 등을 이유로 이리저리 투자자를 찾아 헤매야 했던 작품이었다. 쇼박스는 뮤지컬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던 조승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조건을 내걸어 투자에 참여했고, 그 카드는 적중했다. '말아톤'은 조승우를 확고한 스타 대열에 올려놓았다.

'웰컴투 동막골' 역시 신인감독의 작품이면서도 순제작비가 50억원대를 넘어서고, 확실한 관객 동원력이 있는 스타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투자사들에서 거절을 당한 작품이었다. 쇼박스는 앞지르기 개봉이나 다름없는 유료 시사회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까지 동원하며 보기 좋게 큰 성공을 거뒀다. 남들이 다 기피하는 이들 영화에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CJ엔터테인먼트에 뒤지는 쇼박스였기에 가능했던 2인자 전략일지도 모른다. 쇼박스의 김우택 대표는 기자의 이런 지적을 절반만 인정했다.

"'태극기…' 때는 그랬죠. 신생 회사니까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태극기…' 직전까지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판판이 흥행에 실패해 아마도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죠. 하지만 올해 작품들은 좀 다릅니다. 콘텐트 자체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해 좀 더 집중해 보자고 판단한 것입니다."

구사하는 용어에서 짐작하듯, 그는 영화가 아닌 경영학 전공자다. 삼성물산.동양글로벌을 거쳐 현재 메가박스(극장)와 쇼박스의 공동 CEO를 맡고 있다.

"기업은 장사하는 곳입니다. 영화는 상품인 거죠. '말아톤'이나 '동막골'을 보고 우리가 휴머니즘만 추구하는 회사로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다양한 장르를 합니다.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요지의 칼럼도 봤습니다만, 저는 '가문의 위기'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500만이 넘는 관객수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대중의 호응을 그만큼 얻었다는 얘기죠."

당초 '가문의 영광 2'였던 제목을 '가문의 위기'로 바꾼 것도 쇼박스의 제안이었다. 전작의 흥행을 능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관객점유율 1위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1위'에는 편당 관객수.수익률 등등 여러 척도가 있다는 얘기다. 그 지적처럼 CJ엔터테인먼트 측은 "해외판매를 포함한 전체 매출 규모는 여전히 우리가 크게 앞선 1위"라고 밝힌다. 대신 그는 '대중'과 '재미'를 거듭 강조했다. "관객점유율보다는 어떤 브랜드 이미지를 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관객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스필버그 영화는 일단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지 않습니까. 배급사도 그런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쇼박스 영화는 재미가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영화다, 이렇게들 관객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제공하는 '재미'의 차림표가 투자배급사의 판단에 따라 너무 제한되는 것은 아닐까. "회사가 잘되니까 예술영화에도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식의 생각은 없습니다. 예술영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해야한다는 얘기죠." 쇼박스는 연말에는 권상우.유지태 주연의 '야수', 내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을 기대작으로 꼽고 있다.

글=이후남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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