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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등 남아프리카의 고통 생생히 전달|실험극장서 공연중인 『매스터·해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77년 가을,「아일랜드』공연으로 최장기 최대관객동원을 기록한 젊은 연출가 윤호진씨가 6년만에 다시 동일작가의 작품『매스터·해럴드』를 내놓았다.
『매스터·해럴드』는 『브라드·낫드』 『아일랜드』에 이어 남아프리카의 흑백인종차별을 추적한 「아돌·후가드」의 최신작.
올3월 뉴욕타임즈에서는『매스터· 해럴드』라는 연극을 두고 『요하네스버그의 관객을 뒤흔들어 놓았다』고 평하고있다.
인종차별 문제의 현실이 연극을 보고있는 흑인 백인관객 모두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주었음은 물론, 남아프리카 특유의 고통이 연국무대에 그대로 재현되였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백인아이와 두명의 흑인어른이 엮어내는 『매스터·해럴드』 (원제=Master Harold…and the Boys)는 공원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찻집을 배경으로 1시간50분동안 펼쳐진다.
자유에 대한 동경이 강한「샘」이 시종일관 이끌어나가는 이지적인 분위기는 백인인 주인아들 「핼리」와 말장난을 하는 과정에서 한층 돋보여 급기야 관객으로 하여금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도했다.
이는「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해서 아이인「핼리」가 40이 넘은 「샘」에게 침을 뱉는 장면에선 한층 노골화되어 극중의「샘」과「월리」 는 물론 관객자신들도 상처를 입었다.
흑인이라고 하더라도 백인아이에게 사람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줄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샘」뿐 아니라 사실 관객들도 그 진실만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무대는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남부아프리카. 그래서 「샘」이 「핼리」에게 맨살갗의 엉덩이를 벗어보이며 『흑인은 엉덩이도 검다』고 항변하는 장면에선 자못 비통스럽기까지하다.
다행히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인정하고 현실에 순종하는「월리」의 연기에서 팽팽한 흑 백인종의 대결이 해소됨을 맛볼수 있었다.
흑인정치범들의 얘기를 다룬 연극 『아일랜드』에 비해 이번 작품은 거칠고 격앙된 어조가 많이 절제되어 차분한 느낌을 준다.
올해 한국영화상·극평가그룹상을 수상한 이승호씨와 퉁기는듯한 젊음을 보여준 기주봉씨, 따뜻한 인간미를 열연하는 장기용씨가 짜임새있는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 나간다.
공연은 하오4시·7시30분, 실험극장 소극장에서 15일부터 열리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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