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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설계 재산 리모델링] 저축 없이 보험에 '올인'한 자영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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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Q : 남편과 횟집을 하면서 초등학교 자녀 한 명을 둔 30대 여성입니다. 가게 월세가 만만치 않아 빨리 상가를 장만해 세 부담을 줄이고 상가에서 임대수익도 얻고 싶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저축이라고 해봐야 보험상품들에 투자한 게 전부인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저축과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39세로 동갑내기인 송씨네는 대구에서 횟집을 운영한다. 남편은 주방장이고 부인 송씨가 카운터를 맡고 있으며 종업원은 셋이다. 지난해 시내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도금을 내고 있으며, 현재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집에 산다. 송씨는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기보다는 이를 전세 놓으려고 한다. 그 돈으로 월세(150만원)를 내는 가게를 빨리 정리해 상가를 사서 노후까지 초밥집을 하며 사는 게 꿈인데 어떻게 해야 좋은지 조언을 구해 왔다.

# 재테크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라

정년 없이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송씨네는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이미 갖춘 셈이다. 그러나 항상 현금이 오가는 장사를 할 때는 더욱더 뚜렷한 목표와 우선순위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짜야 한다.

먼저 보험 일색인 금융 자산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 가입한 보험상품이 무려 12개나 되고, 아파트 중도금과 보험을 제외하면 저축과 투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우선 부부가 각각 30만원씩 월 60만원을 불입하는 저축성 보험은 올 12월에 만기가 되면 3500여만원이 된다. 이때 돈을 받아 현재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부터 갚도록 하자. 대출금리가 낮다고는 하나 일반인이 대출금리 이상의 재테크를 하기는 쉽지 않다. 매달 보험료로 내던 60만원은 상가 마련을 위한 종자돈을 만들 수 있도록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 최소 3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고 주식 편입 비율이 높은 주식형 펀드를 선택하면 정기예금 금리를 훨씬 웃도는 수익도 가능하다.

지난 3월에 부부가 각각 새로 가입한 월 30만원의 연금보험도 해지해 자유적립식 계좌로 저축할 것을 권한다. 송씨네는 횟집을 하고 있어 여름 비수기 등에 장사가 어려울 경우 당장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 없이 장기상품인 연금에 가입해 해지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장사를 하는 송씨네의 매월 수입이 일정치 않음을 감안해 자유적립식 계좌엔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저축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상가 투자는 여유자금.경험이 쌓인 뒤에

송씨네 횟집은 자기 소유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송씨는 아파트를 전세 놓고 다른 상가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동시에 자기 소유의 횟집을 갖고 싶어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상가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경기 하락으로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만한 상황이 아니다. 상가 투자시 임대수익 말고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한 조건이라면 충분히 돈을 넣어도 되지만, 이는 여유자금이 있고 유동성이 충분할 때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상가는 경기 변동과 밀접하고, 초보자들이 투자하기엔 상권.입지.유동인구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막연한 투자는 절대 피해야 한다.

현재 송씨는 좋은 입지여건을 갖춰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형성된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대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지만 전매제한이 완화돼 분양 후 1년 이상이 지나면 팔 수 있게 됐다. 송씨는 이 아파트에 거주할 생각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분양권을 전매해 시세차익을 통해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보유기간이 짧은 탓에 양도세를 고려해 보면 실제 수익은 미미하다. 그러므로 당장 파는 것보단 보유한 뒤에 전세를 놓거나 직접 입주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매각은 시세차익을 생각해 3년 보유기간을 채운 뒤 양도세를 아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보험은 가입 목적을 분명히 해야

송씨네는 지금껏 보험과 저축의 개념을 혼동해 왔다. 보험의 가장 큰 목적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입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다 보니 보장 내용이 편중돼 있어 보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또 지나치게 장기 저축보험 위주로 돼 있어 유동성이 좋지 않고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앞서 말한 대로 송씨 부부가 각각 가입한 4개의 연금 및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 그러면 송씨는 연금 2개에 건강보험이 1개가 되고 남편은 건강보험이 2개, 자녀 교육보험과 자녀의 질병보장 보험이 2개가 돼 가계의 월 총보험료는 80만원으로 조정된다.

또 송씨는 건강보험이 여성질병 위주여서 보장이 미약하기 때문에 보장 범위가 넓은 변액종신보험에 새로 들 것을 권유한다. 사망보험금은 최소로 하고 질병 관련 특약을 모두 부가해 55세 납 기준으로 7만원 내외면 가능하다. 남편과 자녀의 보장성 보험은 내용이 좋은 편이므로 그대로 유지하자.

자녀를 위해 교육보험을 매달 17만원씩 내는데 물가인상률의 두 배 수준인 학자금 상승률을 감안할 때 대학 학비로는 부족하다. 최근 3년간 평균 학자금의 상승률을 7.4%로 계산하면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대학 학자금만 따져도 7300만원이다. 다만 가입한 지 10년이나 됐고 금리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일단은 유지해도 무방할 듯하다.

정리=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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