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속의 공동체의식 되찾자"|새롭게 이는「공동체문화」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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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동체문화」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의 문화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근대화·산업화라는 사회속에서 인간은 소외를 느끼게 되고 따라서 이러한 파편화된 인간소외를 극복하는 공동체의식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의식과 분단상황속에서 우리가 함께 사는 우리 삶의 터전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이때 두동강난 국토에 대한 민족공동체로서의 유기적 통일성의 확인작업이 절실해졌다는 요구에서 일어나는 문화운동의 한 형태다.
문인·사학자·경제학자·예술가 등 이러한 운동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최근「더불어 사는 삶의 터전」이란 부제를 붙인 무크지로「공동체문화」란 책을 내놓고 공동체문화선언과 함께「공동체의 역사·경제학적 전망과 문화운동의 시각」이라는 좌담을 했다.
「공동체문화」는 그 선언에서『우리사회는 지난 20∼30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산업화·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삶과 자연의 대지는 갈수록 황폐해지고 무력해져가고 있으며 이른바「뿌리뽑히는 과정」을 농촌이고 도시고 할 것 없이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상업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변태적 대중문화가 남발되어 건강한 민중성의 문화가 압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언은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삶을 받쳐주던 노동의 협동의식, 그리고 생존을 위한 민중적 투쟁의 끈질긴 집적에 나타난 진보적 미래지향적 문화혈통을 되찾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들은 변태적 문화의 창궐원인은 근본적으로 분단의 현실에서 솟아난 것이라고 선언에서 지적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필연적인 산물로 우리에게 강요된 분단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함께 사는 삶의 터전을 이미 반이나 빼앗겼고 그후의 세월은 그나마 남아있던「민족적 고향주의」의 정신과 함께 살던 기억의 흔적을 지워가게 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에서 공동체문화운동은 민중적·미래지향적 문화혈통을「통일지향-민족주의적」인 것으로 점맥시키는 작업이라면서 서민의 의식속에 민중적 감수성을 회복시키고 동시에 주체적이고 통일지향적인 감수성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개념을 뿌리내리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부「문화지식인」들의 문화주의는 민중의 문화창조역량과「땅과 노동의 원천적 건강성」을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시대 민중의 삶의 진실에 닿는 문화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자 정창렬씨, 경제학자 정윤형씨, 시인 신경림씨, 화가 김상태씨, 국문학자 김순진씨, 무용평론가 채희완씨 등이 참석한 토론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유산중 공동체적 성격으로 규정될만한 요소들에 대한 검토와 오늘의 시점에서 공동체적 삶으로서의 문화운동이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토론에서 이들은 탈춤·굿·민요·농악 등에서 민중의식의 성장과 대중놀이의 가능성, 진취적 민중의 기상이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것은 오늘날에 있어서의 현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의견을 말하였다. 특히 탈춤에서 민중의식의 성장이 드러나며 굿은 신의 목소리를 빌어 민중적 삶의 진실을 드러내려했다고 말해졌다.
그들은 결론으로 민중문학에 대한 일반의 요구는 현재에도 크다고 규정하면서 민속문화가 가진 건강한 전통을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체문화는 사회전반의 현실적 목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되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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