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무얼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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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임시국회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언가 석연치 못한 여운을 주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표류하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기위해 총리가 각당대표들을 만나고 3당3역회의까지 주선하는가하면 20일에 열린 민한당지도부 모임은 등원원칙까지 세웠었다.
그러나 21일의 민한당원내대책위는 『국회가 지금까지 공전된 기간만큼 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조건부 등원원칙을 채택했다. 그러나 『회기연장을 전제로한 국회정상화 요구에는 응할수 없다』는 민정당의 입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결국 자동폐회의 운명을 맞게된 것이다.
「정치해금을 실현시키기위한 공동노력」이나 국회법개정을 9월정기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등 이른바 본질문제에 대해서는 모처럼 어느정도 합의점을 마련해놓고서도 절차문제와 회기일정을 놓고 갑자기 초강경의 입장이 맞서 해결의 실마리를 못찾고 말았다.
민한당의 입장에서 보면 민정당과 합의한 해금과 국회법개정문제 이외에도 언론기본법문제나 학원사태등 정치현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공전된 기간만큼 회기를 연장해야한다는 요구도 있을법하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세를 충분히 예견한 민정당이 회기연장에 결코 응하지 않으리란 예상은 민한당도 능히 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미묘한 대목에서 결국 어느쫃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말았다.
야당으로서 제기능을 찾아야 겠다는 의식과 함께 원내와 원외로 갈라진 야권을 명실상부한 단일체로서 민한당이 이를 대표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어야한다는 사정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 민한당의 진로결정에 이전보다 훨씬 어려움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여당이나 야당이나 중요한 본질문제를 산적해놓고도 사소한 절차문제를 절충하지 못한것은 그 책임을 똑같이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제를 국회를 열어 장내에서 수렴해야 한다는 명제에 합의한 여야가 막상 국회를 열어놓고도 공전시킨 것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번 임시국회가 문을 닫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마무리짓지 못한 여러 현안들은 여야의 정국경새으로 남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것들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나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다시한번 여야 사이의 상호 양보와 대화를 강조하는 소임도 여기에 있다.
정치를 정치인들의 당리당약 위한 줄다리기나 절충쯤으로 인식해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소득 2천달러를 바라보는 우리국민의 정치를 보는 눈을 얕잡아 봐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의 겉과 속, 정치인의 말과 속셈을 꿰뚫어 볼줄은 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을 무서워할줄 알아야한다.
국민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자주 열려 국민의 뜻이 수렴되고 국정이 국민에게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중요한 안건이 있다면 1년 3백65일을 국회가 하루도 빠짐 없이 일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국민의 피땀이 서린 세금을 국회의원들의 세비로 지급하는 이유는 바로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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