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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부 불법감청 YS 때보다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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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또 미림팀과 마찬가지로 과학보안국의 불법 도청 자료가 당시 정권 실세 및 청와대까지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미림팀의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을 파악 중이어서 본격 수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독수의 과실 비켜가는 수사"=미림팀 도청의 증거는 공씨가 외부로 빼돌려 보관하다 압수당한 테이프 274개다. 검찰은 공씨의 손을 빌려 테이프 내용을 확인 중이다. 검찰이 직접 듣고 기록해 증거로 제출할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도청 테이프를 듣게 되면 독수의 과실 이론에 저촉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나 공씨가 테이프 내용을 요약한 자료는 진술에 해당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검찰이 공씨를 통해 테이프 내용을 정리하는 첫째 이유다.

미림팀의 도청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이미 도청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씨의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이 도청 테이프에 담긴 도청 대상자, 일시, 장소와 내용을 확정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배경이다.

또 테이프 내용 수사를 허용하는 특검법이나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작업은 독수의 과실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도청 테이프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선조직인 미림팀은 한정식집 등에 도청 장치를 직접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이를 공씨가 녹취서로 만든 뒤 비선 라인에 있던 오정소 안기부 차장 등에게 직보했다. 검찰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김현철씨 등 정권 실세를 거쳐 청와대까지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미림팀은 도청 장치를 방 안에 설치하는 구식이고, 8국은 첨단 감청 장비를 사용하는 신식이라는 점만 다를 뿐 도청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외부로 내용이 유출된 점은 똑같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 "미림팀을 능가한 국정원 8국"=과학보안국은 국정원 내 정식 편제로, 불법 도청이 공식 지휘.보고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검찰은 천용택.임동원.신건씨 등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소환 시기를 저울 중이다.

김은성 전 차장에 대한 조사에서 8국은 여당인 당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물론이고, 언론계와 노동계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까지 무차별적으로 도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정치인에 대한 도청은 더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규모도 미림팀보다 방대했다.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의 경우 1999년 9월~2002년 3월까지 2년6개월(약 900일)간 본격 사용됐다. R-2 6대의 최대 접속량은 120회선. 매일 한 회선으로 한 통화만 감청해도 이 기간 중 10만여 통화, 연인원 20만 명의 통화를 감청한 셈이다.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 장비(CAS)를 이용한 도청을 포함할 경우 훨씬 많아질 수 있다.

검찰은 "국가 통치권을 위해 도청을 했다"는 김 전 차장의 주장에 주목, 도청 자료가 정권 핵심부로 넘어갔는지를 수사 중이다.

장혜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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