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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폭력서클의 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0대 학생들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그 양상이 다양해지고 수법이 극렬해짐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내에서의 서로 다른 서클끼리의 편싸움이나 타학교 학생들끼리의 우발적인 편 싸움같은 충동적인 시비와 충돌의 단계를 벗어나 일정한 범죄를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에 의한 폭력까지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경찰이 이번에 적발한 학생들의 폭력조직을 보면 16∼19세사이의 고등학생들로 그 숫자가 50여명에 이르러 규모에 있어서도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학교근처를 배회하다가 등·하교길의 선량한 학생으로부터 금품을 빼앗고 이에 응하지 않을경우 폭력을 휘둘러 학생들을 괴롭혀옴으로써 이 조직의 목적이 단순폭력이 아니고 금품갈취에 있었음은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들이 폭력을 휘둘러 갈취한 금품을 학업정진에 보태썼을리는 만무하고 결국은 유흥과 탈선의 수단에 이용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금품탈취를 목적으로 한 10대학생들의 폭력이 그동안 산발적으로 있어왔다. 학생들의 폭력이 학교와 학부모의 힘으로만은 다스릴수 있는 한계를 지났다는 판단이 서기도 했다.
경찰은 각 학교에 대해 불량학생들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사실도 있으나 스승이 제자를 사직당국에 고발할 수 없는 교육적·윤리적 차원의 당위성으로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범행사실이 확실하고 그 엄청난 조직의 실상이 정확히 파악된 바에야 형사적인 측면이나 교육적인 견지에서 이들을 의법조치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결과론보다는 이들이 왜 이러한 범법과 타락의 길에서 헤매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학생본연의 길로 유도할수 있겠느냐에 우리사회와 가정이 온 힘을 기울여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10대의 폭력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현상만은 아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구미국가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학생·학원폭력은 우리에 못지 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고해서 선진국 지향단계에서의 불가피한 진통쯤으로 이 문제를 치부하고 가벼이 보아 넘긴다면 안될일이다. 비록 불가피한 일이라도 그 파장을 극소화하고 충격을 완화하는데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들 10대의 탈선에 제1차적 책임은 역시 성인들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을 지도해야 할 성인들이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이다. 가정이 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 현대가정의 담연한 특성처럼 인식되고 있다. 학교교육도 인격이나 인성을 미래지향적으로 함양시키기보다는 사지선다형의 지식이나 기술을 주입시키는데 급급하다. 이러한 교육풍토속에서는 기능과 실력만이 평가받을 뿐 인격과 양심같은 가치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선량함이 무능함으로 연상등식을 공공연히 말하는 학생들도 쉽게 눈에 띈다. 사회자체도 물질과 기술의 선진화만을 강조한 나머지 지적·정신적 가치는 치지도외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가정·학교·사회·정치가 교육적 능력을 상실했거나 발휘하지 못하고 뚜렷한 도덕률이나 신념도 없이 물질과 부의 축적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청소년범죄의 뿌리가 배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스승이 건전하고 도덕적인 생활자세를 모범으로 실천해야할 것이다. 사회는 모든 성인이 언어와 행동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내용도 주입식 지식·기술교육 일변도에서 탈피, 미래지향적인 인간·인격교육에 보다 충실해야 할것이다.
결국 청소년문제는 비단 청소년이란 제한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고 성인에게 책임이 있는 문제이므로 성인사회의 도덕성의 회복이 선행돼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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