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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을 보는 눈이 달랐다 |정치국회, 「정치현안」을 얼마나 수렴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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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외정치를 원내로 수렴하고 모든 시국문제를 국회에서 충분히 걸러 완전 연소시키겠다고 다짐했던 제117회 임시국회가 기대했던 성과는 별로 거두지 못한채 정치문제에 관한 여야의 뿌리깊은 이견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정부질문과정에서 정부와 여야는 각기 종래의 자기입장을 재강조했을뿐 재야나 학원문제등 장외의 새로운 사태를 맞아서도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피차의 다른 주장이 평행선처럼 제시됐을뿐 접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당초에 다짐했던 「수렴」이니 「완전연소」니 하는 목표의 달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정부와 각당은 이틀간의 대정부질문을 결론짓는 방법으로 15일 총리와 3당대표의 회동을 갖고 국회법의 연내개정·조기해금의 시사등 몇가지 현안들에 의견을 접근시켰지만 이것이 여야의 당초의 다짐이나 오늘의 정치상황에 걸맞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심의 초점이 됐던 해금문제에 대해 총리와 3당대표들은 여건성숙에 함께 성의껏 노력하고 되도록 빠른시일내에 이뤄지도록 힘쓴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실시시기나 대상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정부의 배타적 재량권에 야당이 별로 영향을 못준 것 같다.

<종래의 주장만 재강조>
다만 규제의 필요성보다는 해금의 당위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는 점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원정상화·지자제의 조기실시노력·국회법개정원칙등에 의견을 같이했지만 이것 역시 종전의 태도나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것은 거의 없다.
이렇게 볼 때 「야당영역의 확대」「야당입장의 존중」이란 국회개회전의 다짐과는 달리 이번 국회에서도 야당영역이 크게 넓어진 것 같지도 않고 입장이 크게 존중된 것 같지도 않은 셈이다.

<말에 그친 야영역 확대>
유일하게 구체적 합의에 이른 국회법개정문제는 오늘의 정치현안과는 별로 관련이 적은 문제이며 국민적 관심사라기 보다는 국회의원의 관심사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 문제는 「대세」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것이고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현안인 셈이다.
따라서 이것은 시국수습의 차원이기 보다는 민한당과 국민당의 설땅을 일시적이나마 제공한다는 「명분용」에 치중된 인상이다.
3당과 정부측의 공식결론이 이처럼 지극히 부분적인 해결에 머문만큼 여야는 미결의 다른 현안과 함께 이번 국회에서 나타난 견해차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당초 야당측이 내건 △전면 해금과 복권 △학원의 자율성 보장과 해직교수 및 제적학생의복직·복교 △언론통제 철폐 △지자제관계법개정안등 정치의안의 조속처리등의 기본요구는 여전히 남아 있고 장외정치도 이번 국회결과에 흡족해 사그라들지 의문스럽다. 뿐만아니라 정치현안에 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당초의 약속도 이번 질문과정에서 제대로 실현된 것 같지도 않다.
예를들어 △김영삼씨가 왜 단식을 했으며 그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는지 △학원사태의 심각성은 언급됐지만 구체적으로 학원사태의 실상은 어떤지 △언론보도가 늦어진 경위가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박겉핥기식의 「거론」만으로는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답변」이 나올수 밖에 없고 그런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상황속에서는 진정한 민의수렴은 의심스럽다.

<국회법개정은 명분용>
그런대로 이번 국회의 보람이라고 한다면 우선 언론정책에 관한 여야의 인식접근을 들수있을 것 같다.
김씨 단식사건이 20일이상 보도되지 못한 현상에 대해 민정당도 국위를 손상시킨일(이한동의원)이라고까지 통박했다. 그러나 정부는 태연스럽게도 『사태자체가 일상적인 것이 아니어서 귀추를 쫓다보니 일반에 알리는 것이 늦어졌다』(금총리), 『언론이 스스로 신중을 기했던 것 같다』(이진희문공장)고 받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여당간에도 상당한 인식격차가 있음을 보여줬다.

<거론-답변 겉돌기만…>
이밖에도 이번 국회가 그래도 정부로 하여금 재야·학원등 「장외」에 더 관심을 쏟게하고 추가해금도 어느정도 촉진시켰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속학생의 석방문제등도 결론은 못얻였지만 거론·논의된 그자체를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결과를 놓고 민한당은 또 한번 지도부책임추궁등 당내 진통을 겪게될 가능성이 없지않은 것 같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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