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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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꼭 교육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학부형과의 면담은 피하라.』
『학부형에게 부담을 주는 언동은 절대 금하라.』
『교묘한 방법으로 학부형을 유도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툭하면 귀가 아프도록 듣는 훈화 아닌 지시……. 특히 소풍이라도 가까와 오는날이면 정말 역겨움과 환멸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점심은 반드시 싸가지고 가라. 물론 고마운 학부형님이 있어 점심준비를 자청할 수도 있으나 때가 때인만큼 정중히 거절을 하라』해서, 빵조각을 싸가지고가서 점심을 때우고, 김밥 하나, 통닭 한마리, 음료수 몇 병을 거절한다고해서 이것이 부조리 척결이고 깨끗한 교육이며 바람직한 교사란말인가. 도대체 사제지간에 인정어린 말한마디 마음놓고 할수없는 현실이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담임은 도시락 싸가지고 가니 괘념할 필요없다. 집에 가서도 꼭 부모님께 그렇게 말씀드려라.』
이렇게 말하는 교사야말로 진정 깨끗하고 양심적인 교사이며,
『야! 복동아, 내일 맛있는 것 많이 싸가지고 와서 혼자만 먹으면안돼…….』이렇게 말하는 교사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부조리의 장본인이란 말인가?
물론 극단적인 예인지는 모르지만 툭하면 교직사회가 썩을대로 썩어서 선생하면 봉투에나 눈독을 들이는 그런 파렴치한으로 치부하는데는 정말 힘없는 우리 교사들은 서글프기만 할뿐이다.
그렇다고 추호도 우리교사들이 다 고고하고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란 얘기는 아니다. 어느 사횐들 그런 사람이 없을까보냐. 같은 교사의 입장에서도 정말 너무 하지않은가. 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때가 없는것도 아니다. 하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전체가 다 그런양 때로는 매스컴에서조차 도매금으로 매도하는데는 대다수 선량한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교육을 차라리 포기하는 무서운 결과가 온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왜 이렇게 점점 삭막해지기만 할까? 왜·서로 좀 믿지를 못할까? 왜 따뜻한 인격이 오고가는 그런 풍조가 신성하다는 학원에서까지 점점 멀어지게만 되는 것일까?
티없이 맑은 수많은 학생들의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 대하기가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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