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휴일을 맞아 잠실야구장을 찾은 3만여 관중이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한수 위의 기량을 보인 두산이 6-1로 완승. [연합뉴스]
두산이 두 번 이겼다. 한 번 더 이겨 3승이면 삼성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하며 6-1로 여유 있게 이겼다. 투수력, 타자들의 집중력, 수비에서 모두 앞섰다.
투수는 한화 타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공을 던지는 것 같았고, 타자들은 한화 투수의 공을 알고 있다는 듯 때렸다. 그리고 수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타구를 잡아냈다. 한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경기 내내 잠실구장 하늘의 구름 사이로 해가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3회까지 두 팀은 탁구를 하듯 똑딱거리며 찬스를 주고 받았을 뿐 전광판에 득점을 새기지 못했다. 그러다 한 번의 찬스와 위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4회 말 두산의 공격 때였다.
1사 후 안경현과 홍성흔의 연속 안타로 1, 2루 찬스를 잡은 두산은 김창희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다. 2사 1, 2루에 8번 타자 손시헌. 한화 마운드 문동환의 무게를 감안하면 또 한 번의 공수 교체가 예상됐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힘있는 문동환이 도망갔다. 정면승부가 아니라 유인구로 승부를 겨뤘다. 손시헌이 말려들지 않고 볼넷을 고르자 2사 만루에 9번 전상렬. 직전과는 찬스의 무게도, 위기의 중압감도 달랐다.
문동환은 이 장면에서 다시 힘을 앞세웠고, 전상렬은 베테랑답게 그 수를 정확히 읽었다. 초구 몸쪽 직구. 전상렬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고, 타구는 우익선상에 떨어졌다.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2-0.
전상렬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문동환은 기운이 쭉 빠졌다. 계속된 2사 2, 3루. 두산 1번 장원진은 볼카운트 1-1에서 문동환의 마음을 읽었다. 변화구. 이번에도 장원진의 방망이가 기다렸다는 듯 돌아갔고, 1, 2루 사이를 꿰뚫었다. 4-0이 되면서 한화가 두산을 따라가긴 어려웠다. 두산 선발 랜들의 코너워크를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5회 말 터진 두산 안경현의 2점 홈런으로 6-0. 그건 그로기 상태의 한화를 KO시키는 한 방이었다.
4타수 3안타.2타점의 안경현(35), 각각 2안타 2타점과 결정적인 호수비를 선보인 장원진(36)과 전상렬(33). 괄호 안의 나이는 두산 베테랑이 왜 강한지를 보여주는 숫자였다.
1차전 리오스, 2차전 랜들의 원투펀치로 2승을 거둔 김경문 두산 감독은 "아직 1승이 남았다.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 3차전에서 신인 김명제를 선발로 올린 뒤 상황에 따라 좌완 이혜천을 일찍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3차전에 최영필을 선발로, 송진우를 상황에 따라 불펜에 대기시키는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