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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지진] 인도판 - 유라시아판 부딪쳐 대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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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일 발생한 지진으로 머리를 다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의 한 아기 모습. [카슈미르 로이터=뉴시스]

지난해 말 2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대참사에 이어 8일 대지진이 파키스탄 북동부를 휩쓸었다. 동네가 통째로 사라진 곳도 허다하다. 현재로선 희생자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참사 현장에선 "지구 최후의 날 같다"는 탄식마저 나왔다.

또 이번 지진은 충격파가 너무 커서 아프간 수도 카불과 바그람의 미군 기지, 인도의 뉴델리 근교에서도 진동이 감지됐고 방글라데시에서도 일부 지역 건물이 흔들렸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지구의 '판 구조론'(theory of technical plates)에서 말하는 지각충돌을 꼽고 있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층인 지각은 7개의 큰 판(유라시아판.아프리카판.인도판.태평양판.북아메리카판.남아메리카판.남극판)과 몇 개의 작은 판(필리핀판.인도-호주판.코코스판.나스카판 등) 등 12개 판으로 구성돼 있다. 판은 맨틀(지각과 지구 중심핵 사이에 있는 액체 형태의 층) 위에 떠 있다. 따라서 판은 맨틀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이나 상호 작용에 따라 연간 수cm 정도 속도로 이동한다. 이동하다 보면 판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충돌이 일어나면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접점이 되는 지역이 솟아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충돌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가 지진과 화산 현상으로 표출된다.

BBC는 9일 지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강진은 인도.파키스탄이 위치한 '인도판'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유라시아판'과 충돌해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히말라야산맥은 이 같은 충돌에 따라 융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들은 인도판이 매주 1mm씩 1년에 5cm 정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지질학자들은 히말라야산맥을 끼고 있는 파키스탄과 인도 인근 지역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해 왔다. 실제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파키스탄 북동부 지역에서 강진이 자주 발생해왔다. 2001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진도 7.9의 강진으로 1만3000여 명이 숨졌다.

이번 지진의 경우 진앙(지진이 발생한 지점)이 지표와 가까운 곳이라 더 큰 파괴력을 보였다. 각국 지진을 모니터링해온 일본 기상청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경우 진앙지가 지하 약 10km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15km 이상인 진앙보다 지표면에 5km나 가까워 충격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2001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진은 히말라야 지층이 과거 500여 년간 단층현상이 없었으며, 20세기에 발생한 몇 차례 지진도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규모가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지진 역시 초대형은 아니다. 따라서 그동안 이 지역에 저장된 에너지가 강력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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