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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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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화제는 온통 축구얘기다. 그만큼 한국청소년축구의 세계 4강 진출은 기특하고, 신통한 일인가보다. 때마침 오랜 가뭄끝에 단비까지 시원하게 내렸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바로 「미니 월드컵대회」. 여기서 기량을 닦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데뷔한다. 월드컵의 문전도 노크하지못한 한국축구가 미니대회에서 상위권에 진출한 것은 뜻밖이기 보다는 바로 내일의 한국축구에 가능성을 던진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번 대회 진출 자체는 우리에게 요행이었다. 82년의 예선전에서 북한팀에 패배. 그러나 82년l1월의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대표팀의 난동으로 국제대회 출전이 정지된 것이 우리에겐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출전팀을 다시 가리는 아시아4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연방, 중공, 이라크를 연파, 드디어 멕시코행 티키트를 딴 것은 그 행운이 우연이 아님을 과시한 것이다.
고교생들로 보강된 청소년팀의 좌우명은 어이없게도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선배들의 무기력을 뒤따르지 말자는 것.
이런 각오로 호주와 멕시코를 누르고 8강에 진입하자 멕시코언론들은 한국팀을 『동양의 신데렐라』, 또는 『붉은(유니폼색) 악마』라고 불렀다.
문제는 우리 선수들의 개인기나 체력이 결코 뛰어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정신력과 팀웍의 승리라는 것이 우리를 더 놀라고 기쁘게 해준다.
한국이 누른 우루과이가 어떤 나라인가를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1924년과 1928년 올림픽의 축구 우승국. 그 여세를 몰아 제1회 월드컵대회를 유치하고 (1930년) 거기서 우승한 세계의 축구강국. 거기다 월드컵에서 두번 이상 우승한 나라로 브라질, 이탈리아, 서독, 아르헨티나와 함께 어깨를 겨루는 세계5강의 하나.
우루과이는 또 81년 골드컵대회의 우승국이다. 골드컵은 월드컵 창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초대 개최국인 우루과이가 주최한 특별대회. 역대 월드컵의 우승, 준우승국이 모인 강호전이며 여기서 우승했다하면 우루과이의 축구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우루과이는 인구 2백90만명, 면적은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18만평방km.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두 대국에 끼인 목축업 위주의 소국. 그러나 축구에 쏟는 정열은 대단하다. 큰대회 때마다 겪는 광난의도가니는 우리의 상상을 절할정도다.
이제 한국은 브라질과 결승 데뷔를 다투고 다른 조에선 폴란드와 아르헨티나가 각축한다.한국의 4강진출은 이번 대회의 「가장 놀랄만한 사건」 「대회의 충격」으로 묘사된다. 더 많은 경악의 소리가 나오길 국민들은 손꼽아 기대한다. 멕시코신문은 우리선수들이 『사슴처럼』뛴다고 했기만, 앞으로는 『호랑이처럼』 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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