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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통일, 대륙형 경제로 가는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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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해다. 광복이라는 역사적 경사와 분단이라는 민족적 참사를 되돌아보며, 이제 통일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도 잘 살고 있는데 굳이 왜 해야 하느냐, 막대한 비용이 부담된다는 등의 이유로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통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통일이 대박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무궁무진한 ‘비즈니스’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혹자는 통일이 되면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인프라 건설은 소비성 비용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의 기회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부고속도로다. 1968년 건설 당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었지만 국가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더불어 고속도로 자체로도 이익이다. 지금은 건설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 계속 수익이 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인프라 건설 초기에 비용이 좀 들겠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이고, 도로, 철도, 전력 등 그 자체로도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북한의 강점 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방위산업·항공우주·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은 물론 인공위성도 직접 발사하고 나쁜 짓이지만 해킹도 많이 한다. 다만 북한이 이를 활용해 상업화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 반면 우리는 상업생산,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 만일 남과 북의 역량이 합쳐진다면 통일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현(現)성장동력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통일은 남과 북 모두에게 ‘혁신’의 기회다. 통일이 되면 북한 내 혁신적인 종합국토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로,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 어느 하나 새로 건설하기 어렵다. 토지수용·환경평가·의견수렴 등 기나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초기부터 살기 좋은 터전을 계획할 수 있는 하얀 도화지 수준의 땅이 준비돼 있다. 그 위에 어떤 멋진 그림을 그릴 것인지 행복한 고민만 남아 있는 것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농가구 당 경지면적은 1.5㏊ 규모로 네덜란드의 18분의 1, 스위스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농지가 모두 국유다 보니 얼마든지 미국 선키스트, 뉴질랜드 제스프리처럼 세계적인 농업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산림업에도 혁신의 기회가 있다. 사실 우리의 산림녹화 사업은 절반의 성공이다.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계획 없이 마구 심어서 현재 잡목림이 돼버렸다. 지금에 와서 한번 심은 나무를 다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우리의 실패경험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이기 때문에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 이 기회에 산림녹화는 초기 계획단계부터 향후 산악 비즈니스로 활용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셋째, 통일은 동북아 ‘공동 번영’의 기회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나라 경제다. 그러다보니 전기도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물류도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하기 어렵다. 섬나라와 섬나라를 연결하는 터널이다 보니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대륙형 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한·중·일 경제번영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중·일 각국의 전력 피크타임에 따라 여분의 전기를 서로 수출할 수도 있고, 철도를 연결해 한반도가 러시아·유럽으로 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일 해저터널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이외에도 가스·물류·관광 등 동북아 대륙권에서 성장의 기회는 무한할 것이다.

 통일은 남북한과 주변 국가 ‘모두’에게 대박이다. 통일은 남북한 양쪽에 비즈니스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이다.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남북한과 주변 국가의 신뢰를 얻기 위한 약속, 통일 비전의 수립 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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