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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내일은 우리 한글 생일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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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일은 559회째 맞는 한글날이다. 민족 최대 문화유산인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채 올해도 단순한 기념일로 넘어가게 됐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 나가기 위한 책들이 속속 출간됐다.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조명한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 원광대 국문과 최경봉 교수가 발로 뛰면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직후에 이르기까지 우리말 사전 편찬 하나에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 완성의 기쁨을 그렸다. 한글에 담긴 음양오행의 원리를 현직 한의사 김명호씨가 파헤친 '한글을 만든 원리'(학고재)도 눈에 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의 탄생 배경과 변천 과정을 밝힌 '우리말 나이 사전'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시리즈의 완결편. 앞서 두 권을 냈던 박숙희씨와 유동숙씨가 함께 썼다. 우리말 역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선조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말 활용사전'(예담)도 주목된다. 우리말 어원을 연구하면서 관련 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충북대 국문과 조항범 교수가 2000여 개의 어휘와 표현을 생생한 예문을 들며 설명한다. 춘천교대 리의도 교수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예담)에서 말은 사람의 인격과 교양을 가늠하는 잣대라며, 일상에서 흔히 저지르는 우리말 오용 사례를 들춰내고 있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전공 주임인 조현용 교수는 '우리말 깨달음 사전'(하늘연못)을 내놓았다. 다른 책들이 사전적 의미에 주안점을 둔 것에 비해 이 책은 말 속에 녹아 있는 우리 겨레의 생각과 숨결을 담았다. 그 말이 가진 함축적 의미를 풀어 우리말에 스며든 정서를 부드럽게 그려내고 있다.

'돈이 되는 글쓰기'(21세기북스)라는 색다른 책도 있다. 여성지 편집장 등을 거쳐 글쓰기 기획.마케팅 전담 프로덕션인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운영하는 송숙희 대표가 매출을 늘리는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 글쓰기를 일러 주고 있다.

중앙일보에 장기 연재되고 있는 '우리말 바루기'를 책으로 엮은 '한국어가 있다'(커뮤니케이션북스)도 마지막 3권을 선보였다.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우리말 바루기'에 사진을 곁들여 더욱 친근하게 꾸몄다.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박용찬씨의 '우리말이 아파요'는 누리꾼(네티즌), 아자(파이팅), 댓글(리플) 등 인터넷 언어.신조어.외래어 등을 맛깔스런 우리말로 옮긴 사례를 모았다. 비록 관련서들이 한글날이란 '절기'에 맞춰 나온 감이 있지만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올바른 사용과 사랑은 결코 특정 시.공간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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