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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철칙인 줄 알았던 운동상식이 엉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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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헬스의 거짓말 (원제 ultimate fitness)
지나 콜라타 지음, 김은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432쪽, 1만3000원

몸이 혹사당하고 있다.일상에 지친 육신을 추스르려고 헬스장에 가지만 과격한 운동은 몸을 망가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곤 한다.그렇다고 산에 들어가 명상에 잠길 수만은 없고….분초를 다투며 작동하는 현대문명이 우리의 감각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도 우리 시대의 청춘은 '몸짱'에 열광한다. 몸에 대한 참된 사랑법은 과연 뭘까.

'진리란 동시대 전문가들의 합의에 불과하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진리의 정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악의적으로 진리를 왜곡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국 뉴욕 타임스의 의학전문기자가 쓴 이 책은 전문가에 의해 왜곡된 헬스운동의 허와 실을 제대로 짚어낸다. MIT공대 박사 과정을 마친 저자는 1971년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시작으로 언론계에서 일해왔다. 지금까지 1000여 편의 의학기사를 써왔다.

저자는 왜곡의 원인을 돈으로 본다. 미국 다이어트 관련 시장은 올해만도 490억 달러. 살빼기 헬스운동은 현재 미국인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분야며, 베스트셀러에서도 다이어트 책이 빠진 적이 없다. 돈이 몰리다 보니 전문가적 양심이 훼손되고, 이로 인해 대중은 헛돈을 쓰게 된다.

저자는 유행처럼 인기를 끌었던 각종 운동요법이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상업주의로 오염된 악의적 전문가 그룹과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심장파동개념을 이용한 헬스운동'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버드의대 교수 등 쟁쟁한 전문가들이 새롭게 창안한 헬스운동으로, 총 운동량보다 심장리듬에 맞춰 적절한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는 이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이론은 1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대조군도 없이 실시한 엉성한 논문을 토대로 했다. 하버드 교수는 이름만 빌린 얼굴마담이었으며 실제 책임자는 의사면허까지 박탈당한 사이비 의사였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엉터리 헬스운동을 판매하기 위한 회사까지 차리기도 했다.

헬스운동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최대심박수 공식(최대심박수=220-자신의 연령)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한다. 많은 트레이너가 최대 심박수의 80%에서 유산소 운동을 지속해야한다고 가르치고 있으나, 저자는 60년대 후반 제시된 이 공식이 헬스운동 기계상에 의해 과대포장됐다고 지적했다.

또 '저강도 장시간 운동이 살을 빼는 데 유리하다' '허벅지와 뱃살 등 원하는 부위의 살만 골라서 뺄 수 있다''운동 도중 물을 마시거나 선풍기 바람을 쐬면 안 된다' 등의 상식도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창안된 특정이론이라고 선전할수록 상업적 의도를 의심해 봐야하며,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트레이너가 짜준 공식대로 운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책에선 헬스운동에 관한 '정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기존 이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많지만 무엇이 바람직한 운동인지 뾰족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했다. 저자가 바라본 운동의 목적도 모호하다. 그는 헬스운동이 건강 자체보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운동을 한다고 몇 달을 더 살겠습니까.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는 운동할 때나 끝냈을 때 기분이 좋기 때문이죠. 운동의 진실은 즐거움에 있습니다."

운동이 하기 싫고, 즐거움은 느끼지 못해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하는 이들에겐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운동의 건강효과는 대다수 전문가가 수백 편의 논문으로 인정하는 보편타당한 진리가 아닌가. 운동의 즐거움을 강조한 저자의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는 운동시 느끼는 쾌감(runner's high)을 강조했다. 달릴 때 마약처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현상이다. 운동 자체로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헬스에 관한 관심이 높다. 동네마다 헬스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근육량을 부위별로 어떻게 키우고, 심박동수를 얼마로 조절하고 등의 숫자적 문제보다 운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게 옳을 듯싶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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