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민회」에 학습의욕을 돋워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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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여년간「아들」만 키우는 남학교에 있다가 이제「딸」만 키우는 여학교로 전근돼오니 딸 키우는데 색다른 준비는 없는지 늘 걱정이 된다.
교복자율화이후 학생들은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이지만 우리반 민희만은 매일 한가지 옷이다. 거기다 수업중「상업기능」을 따라가지 못해 늘 우울하기만 하다.
주산시간에 학급에 들어가 보면 학생들은 한손으로 두툼한 전표를 반쯤 접어 가볍게 넘기면서, 볼펜을 낀 다른 한손으론 바쁘게 계산해 나가는데 민희는 언제나 느릿느릿 몇장 넘기다 말고 속이 상하는지 울상이다.
이제 학교만 오면 아예 머리가 아프다면서 다른 과목에까지 흥미를 잃는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무표정에 너무나 답답하고 속이 상했다. 아무리 어려운 교과에도 흥미를 잃지 않는 남학생들의 기개(?)가 자꾸 생각났다.
그런데 요즘 민희에게선 전학간다는 소리도 더 이상 안들려 오고 깊은 우울증도 많이 가셨다. 그동안 섬세하고도 끈질긴 관심으로 학습의욕을 북돋워준 덕인지 모르겠다. 양주석<청주 대성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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