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 통합 … 유명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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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부구욱(63) 영산대 총장은 지난 1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선임됐다. 대교협은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다. 그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교육부가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현행 56만명에서 40만명으로 16만명 줄이는 등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올해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할지 모른다. 교육부가 올해를 ‘반값 등록금 완성의 해’로 정하면서 대학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부 회장은 “교육부가 향후 고등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림을 구상하지 않고 정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교협 차원에서 ‘고등교육 발전 10개년 계획’을 오는 6월말까지 수립하려 한다”며 “이 계획에 따라 대형 유명 사립대는 등록금을 완전 자율화하고 지역 국립대는 중복 학과를 고려해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구욱 신임 대교협 회장이 16일 대학 구조개혁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신인섭 기자]

 - 대교협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인가.

 “ 우선 지역에 여러 개가 있는 국립대를 통합해 지방에도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자. 통합 때 정부는 기존 대학들에 주던 예산을 그대로 몰아줘야 한다. 세계 200위권 대학이 되려면 학부 정원은 줄이고 대학원을 늘릴 수 밖에 없다. 대형 유명 사립대는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외국대학처럼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 교육부는 정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데.

 “현행 교육부의 평가대로라면 건전한 지방 사립대도 정원을 30%까지 줄이게 될 텐데 그러면 몰락한다.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가 학부 정원을 줄이면 나머지 중소형 대학도 정원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체질을 강화할 여유가 생긴다.”

 - 학생들은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는데.

 “재정이 심각한 대학이 많지만 교육부의 협조 요청이 워낙 강해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려는 상황이다. 올해 무리하게 협조하더라도 내년부턴 해소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인상률만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 비율을 법률로 제한하는 게 합헌인지도 의문이다. 교육의 질이 높지 않은데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학은 갈수록 존속이 어려워질 것이다.”

 - 수능 오류가 잇따르고 ‘물수능’ 논란도 제기됐는데 바람직한 대입 방향은.

 “개인적으로 수능은 자격시험화해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를 가리고 나머지는 각 대학이 수험생의 문제 의식과 열정, 관심도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

 부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7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년간 법조계에 몸담았다.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01년부터 영산대 총장을 맡고 있다. 대교협 회장 임기는 내년 4월 7일까지다.

글=김성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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