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3전 전승' 슈틸리케 감독 "오늘처럼 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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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32분에 터진 이정협(상주)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켰다. 이정협은 전반 32분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스루 패스를 받아 왼 측면을 침투한 이근호(엘 자이시)의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넘어지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날 A매치에 처음 선발로 나서 결승골까지 터트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를 모두 이기고 기분좋게 8강에 올랐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둔 건 지난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호주 원정에서도 이날 처음 승리를 거뒀다. 그동안 호주 원정 A매치에서 한국 축구는 1무3패에 그쳤지만 이번에 무승 한을 풀었다.

이날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해 김빠지는 경기가 예고됐다. 8강 토너먼트를 위해 주축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두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을 펼쳤고, 파울도 속출했다. 한국은 전반 28분 박주호(마인츠)가 상대 미드필더 네이선 번즈의 팔에 맞아 얼굴을 다쳐 코피를 흘렸고, 후반 1분에는 구자철(마인츠)이 상대 선수와 공중볼 경합 후 착지 과정에서 오른 팔꿈치를 다쳐 실려나갔다. 한국이 이정협의 선제골로 앞서고 후반 초반 구자철 대신 손흥민(레버쿠젠)이 투입되자 호주는 후반 20분 주축 공격수인 팀 케이힐과 로비 크루스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호주가 끝까지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한국 수비진과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잘 막아냈다. 한국은 22일 멜버른에서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 중 가장 치열했다. 오늘 한국 선수들은 투지 넘치고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1~2명의 선수가 많이 뛰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열심히 뛰어줬다. 이런 자세라면 계속 정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해 양팀 모두 축하한다. 이번 대회 경기 중 가장 치열했다. 95분간 더운 날씨서 열심히 뛰었다. 결과가 1-0 승리로 끝났지만 호주도 기회가 있었다. 1-1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결과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B조서 누가 올러오더라도 신경쓰지 않아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경기를 펼치고 어떻게 투지를 보이고 조직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투지 넘치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오늘 모습이라면 대회를 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말 큰 문제는 구자철과 박주호의 부상 상태다. 박주호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구자철은 검진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제 8강 토너먼트다. 연장전, 승부차기에 대한 복안도 필요하다.
"어떤 프로 감독이나 선수들처럼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내일은 우리가 이동을 한다. 썩 좋지는 않지만 이동을 해서 천천히 페이스를 찾아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체력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100% 체력이 올라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오늘도 무더위 속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점이다."

-호주전 승리로 얻은 건 뭔가.
"1위를 하느냐, 2위를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더 중요한 건 앞선 2경기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어떤 정신력과 경기력으로 풀어나가느냐가 더 중요했다. 오늘과 같은 정신력으로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했다. 1~2명의 선수가 많이 뛰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열심히 뛰어줬다. 이런 자세라면 계속 정진해 나갈 수 있다."

-월드컵 이후 경기력 때문에 지속적인 비난을 받았는데 오늘 경기 통해 바꿀 수 있나
"오늘 경기를 통해 바꾸고 싶다. 의도치 않은 부상과 감기몸살로 매번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중요하다. 18, 19, 20번째 그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누구나 다 준비가 돼있다. 누가 들어가도 준비가 돼있다. 앞선 3경기를 통해 변화가 있었는데 나아진 모습을 보인 건 상당히 긍정적이다."

-한국 관중들이 많이 찾았다.
"오늘 경기는 결승전과 같은 박진감 있는 경기였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여론에서 받는 부담감, 감독에게 받은 부담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부담감도 경기력이 올라갈 수 있는 중요 요소다. 이런 것이 뒷받침 돼야 아시아 축구도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별리그가 아니라 결승전처럼 박진감 있는 경기였다."

-경기장 상태는 어땠나.
"앞선 2경기를 치른 캔버라가 여기보다 훨씬 좋았다. 이 경기장에서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럭비가 많이 열려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안 좋았다. 이미 알고 왔다. 같은 숙소에 이란이 들어왔는데 이란에 확인한 결과 멜버른 경기장이 훨씬 좋다고 들었다. 한국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굉장히 많이 도와줬다. 멜버른에도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서 오늘과 같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관중들의 힘이 필요하다."

브리즈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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