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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결혼한 친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대학을 다닐 때 한국사람과 결혼한 프랑스여선생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한가지 질문을 했는데 국제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학생 하나에게 불어로 대답하라고 했는데 나는 단호히 그런 결혼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고 생활권이 다른데 감정만으로 결혼을 한다는 것은 불행이라는 나의 대답에 묘하게 일그러지던 그 여선생을 기억게 하는 일이 생겼다. 며칠전 프랑스남자와 결혼해서 파리로 갔다는 대학동창이 전화를 했다. 잠깐 다니러왔는데 나를 만나러 우리집에 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라고 해 놓고 갑자기 그 프랑스 여선생 생각이 났던 것이다.
집에 온 그 친구를 보는 순간, 옷차림과 어투에서, 풍기는 세련됨외에 무언가 헛헛함을 느낀 것은 선입견일까?
활기찬 파리생활과 이곳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보다도 프랑스 남자와의 결혼에 대한 호기심이 나의 본심이었을게다.
김치와 쌀밥을 좋아해서 편하고 사람이란 다 똑같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 이혼할지 모른다며 일을 갖고 돈을 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쇼크를 받았다.
우리는 영구불변의 남편이란 존재가 일생을 벌어 먹여줄 것 같이 푹 퍼져있는데 그 애는 혼자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는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에 부러움과 동시에 국제결혼이란 외로운 것임에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종외계인이나 보듯 신기한 눈초리로 그 친구를 바라보다 이질감은 안느끼냐는 멍청한 질문을 해버렸다.
『자고 일어나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의 코가 뾰죡하다는 것 외엔 별로 없어』
아아, 나는 내 남편 코가 뾰족한지 뭉툭한 지도 모르고 살아왔으며, 늘 보아온 그 얼굴에서 친밀함과 거리감이 뒤범벅이 되었고 세월이 감에 따라 바위에 이끼가 끼듯, 두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부드럽게 밀착되어 살아왔는데….
그 애와 나는 자신이 선택한 결혼으로 확실히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 친구를 보냈다. 김영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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