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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발 '프랑코겟돈' … 코스피 1900선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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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위스발 ‘프랑코겟돈(Francogeddon)’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프랑코겟돈은 스위스의 화폐인 ‘프랑(Franc)’과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중앙은행(SNB)이 프랑의 환율하한선 폐지를 선언한 충격파를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명명했다. SNB의 폭탄선언으로 프랑화는 급등했고, 세계 증시는 요동쳤다.

 SNB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되던 2011년 9월 ‘1유로=1.2프랑’의 환율하한선을 도입했다.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로 프랑화 값의 급등을 막고 자국 수출업체를 보호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유로화 약세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움직임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프랑의 강세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SNB가 환율하한선 폐지를 발표하자마자 프랑화 값은 장중 1유로당 0.866프랑까지 치솟았다. 무려 41% 폭등이다. 16일에도 1유로당 1.01프랑 안팎에서 거래됐다.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미국 다우지수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106.38포인트(0.61%) 떨어진 1만7320.71로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아치웠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01포인트(1.36%) 내린 1888.13에 장을 마감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SNB의 폭탄선언에 충격을 받았지만 스위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스위스 기업 입장에서는 프랑화 가치가 낮아야 유리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랑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가치가 급등했다. 이에 SNB는 프랑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서 유로화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80%(4950억 스위스프랑)까지 늘었다.

여기에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지게 돼 SNB는 환율방어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할 입장이었다. SNB는 이런 부담을 피하고 양적완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환율하한선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SNB가 유로화를 사들이던 ‘큰손’ 역할을 포기하면서 유로화 약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며 강달러 현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ECB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ECB의 국채 매입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발표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키트 주키스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변동성이 시장에 복귀했다. 경제여건과 통화정책 다변화로 시장이 역풍을 맞게 돼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현옥·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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