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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인·퇴직연금은 기본 … 매달 돈 나올 5곳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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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으는 재테크의 핵심이 은행 예·적금과 부동산이었다면 잘 쓰기 위한 재테크의 무기는 연금과 보험이다. 반퇴 30년을 건너가자면 가진 재산을 최대한 가늘고 길게 쪼개 수입이 끊기지 않고 들어오게 만드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4개 은행과 4개 증권사 퇴직설계 책임자에게 30년 반퇴설계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의뢰하자 연금이 으뜸으로 꼽혔다. 특히 ‘3층 연금’으로 부르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반퇴설계의 기본이다. 김진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은 “향후 반퇴설계의 핵심은 반퇴 후 30년의 긴 세월 동안 매달 일정액의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잘 배치하는 것”이라며 “매달 고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겨울철의 내복처럼 퇴직 이후 생존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말했다.

 상수(常數)인 국민연금과 달리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변수(變數)다.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개인연금의 대표 상품인 연금저축계좌는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5년 이상만 유지하면 만 55세 이후부터 투자 원금과 수익을 연금으로 나눠 받을 수 있다. 50대 퇴직자가 국민연금을 받는 62세까지 소득이 끊기는 ‘퇴직 크레바스’를 메우는 데 가장 유용하다. 안전성을 중시한다면 연금저축신탁(은행), 수익률이 더 중요하다면 연금저축펀드(증권사), 보험 기능을 추가하고 싶다면 연금저축보험(보험사)에 가입하면 된다.

 퇴직연금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확정급여(DB)형은 예금과 비슷하지만 확정기여(DC)형은 투자상품과 유사해 개인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더해 연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줬지만 올해부터 퇴직연금 추가금에 한해 300만원을 더 세액공제해 준다. 700만원 한도를 꽉 채우면 연말정산 때 92만4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은 “IRP는 향후 반퇴설계를 위한 핵심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수 미래에셋증권 연금센터장은 IRP 자금 운용을 어려워하는 소비자에게 금융사가 대신 운용해 주는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이용을 권했다.

 ‘연금 내복’ 위에는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기·중위험 상품’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투자기간이 2~3년 정도면서 연 5~6%가량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개별 종목을 기준으로 하는 종목형 ELS뿐 아니라 코스피 등 주가지수에 연계한 지수형 ELS와 원금보장형 ELS 등 위험도를 낮춘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해외 투자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국내 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수단과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글로벌멀티에셋인컴펀드·글로벌아시아컨슈머펀드·글로벌배당인컴펀드 등의 상품이 추천됐다.

 월 지급식 상품도 대부분의 전문가 추천목록에 올랐다. 월 지급식 상품은 투자상품의 수익을 만기에 한꺼번에 받지 않고 매달 얼마씩 나눠서 받는 형태다. 김한성 하나은행 행복 노하우(Knowhow) 팀장은 “자산의 일부를 만기보다 먼저 받는 구조라 일시 수령하는 형태에 비해 위험도가 낮고, 고정적으로 반퇴 생활비 수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처 준비가 덜 된 예비퇴직자라면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주택연금은 집을 국가에 담보로 잡히고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즉시연금은 주택 대신 목돈을 예치하고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적어도 퇴직 5년 전부터는 보험도 리모델링해야 한다. 앞으론 자녀의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의 노후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게 좋다. 그중에서도 70대 이후 병원비 부담을 덜어줄 질병·상해보험은 필수다. 다만 만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가입한 상품의 만기가 언제까지인지 확인해 너무 짧다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 실제 쓴 치료비를 보상해 주는 실손의료보험도 필수품이다. 그러나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여러 개를 가입해도 실제 쓴 치료비만큼만 보상해 주기 때문에 보험료 낭비가 될 수 있다. 퇴직자에게 종신(사망)보험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가족의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용도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퇴직자 입장에선 우선순위가 밀리는 보험이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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