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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의붓딸 살해범, 인질극 중에도 성추행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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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두 명을 살해한 경기도 안산 인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상훈 이 15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안산 인질극의 범인 김상훈(46)이 지난 13일 인질극을 벌이던 도중 아내 A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작은딸(16·사망)을 성추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옷을 벗기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상록경찰서는 당시 인질로 붙잡혔다 구출된 A씨의 큰딸(18)에게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상훈도 경찰 조사에서 이를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상훈은 인질극이 한창이던 13일 새벽 작은딸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또 큰딸과 작은딸이 보는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한 뒤 작은딸을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일각에서 김상훈이 2년 전에도 작은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 김상훈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은딸이 흉기에 찔린 시점과 관련해서는 “김상훈이 경찰이 도착하기 전 작은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상훈은 이날 오후 구속 수감됐다. 김상훈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억울하다.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나의 입을 막고 있다. 애 엄마는 애들이 살려달라는 목소리도 무시했다”며 책임을 A씨와 경찰에 돌렸다. 40여 분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와서는 “작은딸이 죽을 때 경찰이 나를 안정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흥분시켰다. 요구 조건도 들어주지 않고 장난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상훈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가 이어지자 “그만하라”며 김상훈을 끌고 호송차에 태웠다.

 한편 김상훈에게 지난 7일 흉기로 허벅지를 찔린 A씨가 다음날인 8일 안산상록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가 김상훈의 구속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되돌아간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가 수사민원상담관에게 ‘남편에게 맞았으니 즉시 구속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상담관은 “현행범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또 그러면 112에 신고하든지 아니면 지금 고소장을 쓰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10분가량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냥 되돌아갔다. 이 같은 사실은 가정폭력 담당 부서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날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김호 기자,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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