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 만화방

1 &lt미생> by 윤태호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서 ‘미생’이 아닌 ‘완생’이 되기 위해 도전하고 좌절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바둑을 모티프로 한 만화답게 스토리 중간마다 실린 바둑 전문가의 기보(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조훈현 9단 대 녜웨이핑 9단의 경기) 해설은 &lt미생>을 만화로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 고난을 이겨내는 주인공 장그래만의 생존 전략이 바로 이 기보에 숨겨져 있기 때문. 오직 바둑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주인공이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과 현대 사회인을 대변하는 안영이, 장백기, 오과장 등 캐릭터들의 속사정을 보며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될 것. 9권 완결, 위즈덤하우스 펴냄.

2 &lt알게뭐야> by 김재한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연이어 발간된 단행본. 방황하는 청춘이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다소 밋밋한 주제와는 달리 로맨스, 드라마, 액션, 코믹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 독자들을 웃기고 울린다. 특히 힙합 뮤지션을 꿈꾸는 고3 수험생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은 요즘 청소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캐릭터로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OST를 제작해 책 속에 끼워둔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 덕에 BGM과 만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2권 완결, 소담출판사 펴냄.

3 &lt니세코이> by 나오시 코미야쿠자의 후계자인 고교생 이치조 라쿠는 10년 전 결혼을 약속했던 소녀를 찾고 있다. 반면 그는 미소녀 전학생 키리사키 치토케와 어쩔 수 없이 가짜 연애를 시작한다. 독특하게도 &lt니세코이>는 ‘첫사랑 찾기’와 ‘가짜 연애’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거기에 이치조가 찾고 있는 소녀로 추정되는 여자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 추리와 코믹이 더해진 로맨스물로 독자들에게 단순한 순정만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11권 발간, 학산문화사 펴냄.

4 &lt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by  후지무라 마리
33세 모태 솔로 하나에는 자신의 생일에 같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21세 타노쿠라와 술에 취해 밤을 함께 보낸다. 평생 건어물녀로 고독하게 살아온 그녀가 열두 살 연하남과 연애를 시작한다는 설정, 스킨십과 19금 멘트도 거침없는 연하남의 모습은 누나들의 심장을 간질이기에 충분하며 묘한 만족감을 준다. 그의 지갑 사정을 걱정해 궁상을 떨거나 사귀자마자 결혼과 아이를 상상하는 등 순수한 연애 초보자 하나에의 ‘좌충우돌’ 연애기를 지켜보면서 연하남과 사랑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으니 이런 게 바로 일거양득 아닐까. 6권 발간, 대원씨아이 펴냄.

1 &lt노다메 칸타빌레> by 니노미야 토모코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 클래식 문외한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 만화 &lt노다메 칸타빌레>. 단순히 만화라고 하기엔 상당히 전문적인 음악 지식이 스토리 사이사이에 녹아 있어 클래식 입문서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다. 피아노 전공자지만 지휘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완벽남 치아키 신이치와 변태(?) 성향이 다분한 절대음감 모다 메구미.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사랑 그리고 열정의 하모니를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명불허전’ 원작의 매력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5권 완결, 대원씨아이 펴냄.

2 &lt안녕, 소르시에> by 호즈미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인공으로 미술사를 통해 알려진 두 인물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 19세기 말 파리, 귀족 미술에 반기를 든 미술상 테오가 가난한 낙관주의자 고흐를 세계 최고의 화가로 만드는 과정이 섬뜩할 만큼 실감 나게 그려진다. 작가는 반 고흐 형제를 애증과 우애가 공존했던 사이로 표현하면서 캐릭터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단 두 권으로 완결되는 짧은 스토리지만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굵직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2권 완결, 애니북스 펴냄.

3 &lt월간순정 노자키 군> by 츠바키 이즈미고등학생 순정만화가 노자키 우메타로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하던 백치미 넘치는 여고생 사쿠라 치요. 그녀는 용기를 내 고백하지만 그는 단순한 팬심으로 받아들인다. 얼떨결에 노자키의 어시스턴트가 된 사쿠라의 삶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본격적으로 코믹과 로맨스가 뒤섞인 이야기가 공개된다. 훈훈한 외모와는 달리 소녀 취향을 가진 노자키의 반전 매력이 이 만화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 어느새 그에게 푹 빠져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5권 발간, 학산문화사 펴냄.

| Relation Contents
- 경계 없는 만화를 만나다
- 수짱, 치에코 씨 그리고 마스다 미리
- <미생>이 말을 걸었다
- 미생을 품은 TV
- 명절 연휴, 구들장 웹툰 베스트

글=김보라 엘르 기자, 사진=이수현, 아트 디자이너=김란, 제품협찬=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