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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법부가 부시 전리품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도대체 부시가 왜 이러는 거야?"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일 자신의 측근이자 여성인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을 연방 대법관으로 지명한 배경을 둘러싸고 추측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안 맞고 정치공학적으로도 이해가 쉽지 않은 임명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부시가 겁먹었다'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는 갈수록 꼬이고, 그런 와중에 부시 행정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너무 자극할 우익 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기보다는 무난한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마이어스 법률고문은 판사 경력도 없고, 낙태.동성애.종교 등 핵심 논쟁이 될 만한 사안에서 골수 공화당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펼친 경력도 없다.판사로 재직한 적이 없기에 쟁점 사안에 대한 마이어스의 의견이 명백히 공표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무난한 인사"라고 평하고 나선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화합형 인사라는 평가는 못 받고 있다. 수십 년간 자신의 법률 참모 역할을 한 인물을 대법관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행정부뿐 아니라 사법부까지도 무슨 전리품 나눠주듯 하는 거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지지기반인 공화당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부시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해 향후 미국 사회를 보수화로 바꿔 놓아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는 것이다. 네오콘의 기관지 격인 위클리 스탠더드지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은 신임 대법관 지명에 대해 "실망하고 우울하고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영부인인 로라 여사가 여성 대법관을 강력히 주장했던 점을 들어 "여자한테 둘러싸인 부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라 여사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캐런 휴스 공보책임자(국무부 차관) 등 여성들이 부시의 귀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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