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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빛 사회주의」호된 시련|집권 2년…데모 소용돌이에 휘말린 불「미테랑」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집권2년을 겨우 넘긴 프랑스의 「미테랑」 사회당정부가 요즘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학생데모로 시작된 각종 시위가 요즘엔 일부 노조까지 가담해 파리 도심의 데모가 지방에까지 확산되는가 하면 교직원데모가 합류하는 등 프랑스 전국이 데모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다. 모두가 사화당정부외 개혁정책과 기존질서간의 마찰에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학생들의 시위는 지난 2월15일 의과대학생들의 데모를 시작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교육법개정안이 쟁점이다.

<의사들 이해 얽혀>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에 합격한 뒤 선발시험을 거쳐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을 정부가 기회균등을 확대한다는 명분에서 입학자격을 완화하려는 까닭이다.
원칙적으로 의료혜택의 다변화, 의료수가의 균등저렴화를 위해 개업의보다 종합병원이나 공공진료소의 확충을 방침으로 정한 사회당정부로선 보다 많은 의료요원의 확보란 점에서 충분히 근거 있는 발상이다.
개업의의 의료수가를 제한하려는 정부방안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의대생들의 시위에 이어 대학병원 의사와 인턴들의 전면파업도 40일 이상 계속됐다.
의료요원들의 이 같은 장기 전면파업은 프랑스사상 처음이다. 의사의「권위」를 지키려는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뜻과 자신들의 「이해」가 함께 한 파업이었다. 정부는 대학병원 의사들의 진료업무와 강의를 분리하고 의사들의 「특진」제도를 없애려하고 있어 대학병원의사(교수)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법·공대생도 합세>
부유층을 상대로 한 특진은 진찰료가 비싸 정부의 의료수가 평준화방침에 어긋나고 세금포탈의 위험아 많아 정부의 경계대상이었다.
의대생들의 시위는 다른 대학에까지 확산돼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미테랑」정부의 고민은 자못 크다.
법과·경제과·공과계통의 학생들이 특히 이에 동조하고 있는데 이유는 의대생과 다를 게 없다.
법과대학생들의 경우 지금까지 법대졸업-변호사시험합격-시보2년을 거쳐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정부가 이를 완화하려 해 불만인 것이다.
정부는 반드시 법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정기간 관련 업무경험이 있을 경우 적당한 자격시험만으로 누구나 변호사가 되도록 하려는 입장이다.

<부상학생 속출>
대학입학도 법대나 다른 대학이 모두 의대와 같은 문제가 걸려 있어 모든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하는 것이다.
파리의 대학생 약1만 명은 특히 지난 달 29일 소르본대학 앞에서 시내중심까지 가두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몇십 명이 부상했고 4일엔 리옹과 룰루즈 등지에서도 경찰과 맞서다 부상학생이 생겼다.
리옹대학생들은 「알랭·사바리」교육상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을 가졌으며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의 행정관서·철도역 점거나 고속도로 통행방해·차량파괴 등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대학교육에 관한 정부의 하향조정구상은 실업자구제도 겨냥한다는 주장이 있다. 2백만 실업자 중 절반이상이 l8∼21세의 청년층이란 점에서 이런 추측도 가능하다.

<좌우파간 알력도>
대학에 가야할 청소년들이 대학교육 및 입학의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나서기 때문에 실업자가 더욱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들을 대학으로 끌어들인다면 실업자가 절반이상 줄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학생들의 이 같은 소요가 장기화하는 것은 정부로선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정부안을 반대하는 학생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좌파학생 (일부)단체간의 알력도 빚어지고 있고, 사회당정부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극우파의 책동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정부는 학생들의 공격뿐 아니라 경제인들의 반발도 아직 무마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사회당정권 출범 후 계속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정부에 경고를 거듭했던 경영자들은 나날이 악화만 되는 경제사정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정부가 내세운 긴축정책을 뒷받침할만한 믿을만한 산업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올 가을부터 전국규모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모든 종업원들이 24시간 동안 총파업해 이를 지지토록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엔 카페 경영자, 푸줏간 주인, 생선가게 주인 등 소규모 판매업소 경영자와 중소기업 경영자, 제조업자들이 정부시책에 항의하는 시위에 가담했다.
이들은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소비가 줄어 영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사업경영의 악화에도 불구, 각종 사회보장정책의 확대로 사업주의 부담만 가중되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됐다고 항의하고 있다.
또 이들 업자들은 정부가 인플레의 심화를 업자들의 탓으로 돌리는데도 불만이다.
또 농민들은 그들대로 정부의 농산물가격정책에 불만, 경찰과 충돌하는 시위를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고, 근엄한 법관들마저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되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사법부의 예산이 국가전체예산의 1%에 불과하다는 푸념과 함께 정부·노조·각종 압력단체가 재판에 관여하려해 사법권이 위축되고 그 기능이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본질마저 침해되고 있다고 최근 법관 모임에서 주장했다.

<노동자동태가 문제>
경제사정도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싯점에서 최근의 발표는 사회당정부에 의해 국유화된 기업들의 82년도 적자가 l백30억 프랑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어떤 우파 신문은 『사회주의의 허물 좋은 꿈에 대한 댓가로 국민들은 벌금을 내게됐다』고 꼬집고 있다.
사회당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방면의 불만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지개 같은 사회주의 정책과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한 것이라 해도 3년을 넘긴 「미테랑」정부로선 지금이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고비인 것 같다.
아직은 주로 화이트 칼러들과 일부 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으나 블루 칼러들이 본격적으로 거리에 뛰쳐나올 때 그것은「미테랑」정부로선 진정 감당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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