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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업 토지 재매입 내용을 보면…|서슬퍼런 극비 조사에 눈치 작전 기업들 "항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9일 비업무용 부동산 재매입 현황을 직접 발표한 김종호 건설부 장관은 여느 때의 굵직한 목소리에 가일층 톤을 높여 『어떠한 의혹이나 오해가 없도록 철저히 조사했으며 이번 기회로 기업들이 토지 투기를 통해 이익을 보겠다는 발상을 근본적으로 청산시켜야 한다』고 강조.
김장관은 또 이번에 신고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밀조사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도 넉넉잡아 한 달 이내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새로 취임한 김수학 토지개발공사 사장(전 국세청장)이 배석, 기자들의 질문에 보충 설명을 도맡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자진신고를 받으면서도 감사원 등 관계기관들이 이와는 별도로 기업들의 재매입 여부를 비밀리에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자진신고 내용과 거의 맞아 떨어져 이번 조치결과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
한편 이번 발표는 건설부도 몹시 신경을 써 장관기자회견을 과천종합청사내의 건설부에서 하지 않고 교통이 좋은 서울 정동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했다. 또 기자회견 전엔 몇 차례나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 주는 등 전에 없던 친절을 베풀기도.
★…재매입 사건에 가장 곤혹을 치르고 있는 기업은 효성그룹-.
문제의 발단이었던 지난번 한일합섬 사건 때부터 끼어 들더니 이번 자진신고 결과에도 6건으로 최다기록을 세웠고 게다가 조사가 계속될 의혹업체 4개 기업 명단에도 올라있는 실정.
이번 신고된 내용은 그룹창업주인 조홍제씨가 이사장으로 되어 있는 학교법인 동양학원과 효성직원 4명의 이름 등으로 다시 사들인 것.
★…액수로 따지면 재매입 건수는 단1건이면서도 25억 원 짜리 땅이 걸린 한진이 1위를 차지. 문제의 땅은 평당 10만원 꼴인 인천의 2만5천평 대지를 재매입한 것.
땅 면적 1등은 풍산 금속이 유찬우 사장의 매부 이름으로 사들인 임야 2백18만평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돈은 3천2백만 원 밖에 안되었다.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기업들이 재매입한데 대한 사연인즉 「선산」을 이유로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동서해운의 경우 경남 거창군의 5천5백80평을 선산묘역으로 신고했는데 토개공 측은 현지 조사반을 파견해 최소한의 묘역만은 인정해줄 방침이다.
한국화약의 경우 김승연 그룹회장과 동생 김호연씨 등 형제이름으로 고향인 충남 천원의 밭과 임야를 되사들였으며 금하방직은 직원부인들의 이름까지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강원산업은 신고한 「비업무용 부동산」의 위치가 공장부지 내에 있어 완전히 공장으로 삥둘러 싸여 있는 점을 감안해 재심 과정에서 다소 정상이 참작될 듯.
한편 가장 소액의 신고는 동양화학의 직원인 김영배씨가 사들인 임야 5천4백30평으로 29만2천 원이었고 면적기준으론 전 동아전설 직원이었던 안붕진씨가 사들인 대지 1백12평. 이 땅은 안씨가 사들여 이미 연립주택 2채(서울 평창동)를 지어서 그중 한 채는 팔아버린 상태로 안씨와 원래 땅 임자 동아건설과의 관계여부 역시 재심에 붙여질 듯.
★…당초에는 자진신고 결과를 둘러싸고 발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심했으나 결국 떳떳이 밝혀서 국민들에게 의혹을 풀어주고 발표하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게 커다란 경종이 된다는 뜻에서 소상히 발표키로 결정했다는 것.

<부동산 처분, 은행 빚 갚으라는 조치>9·27 조치란
기업 재무구조 개선 대책으로 80년 9월27일에 발표되었다.
은행에서 꿔 쓴 돈이 많아 주거래 은행의 여신관리를 받고 있는 1천2백16개 기업(기업주분 포함)의 소유부동산을 신고, 이를 처분하여 은행 빚을 갚으라는 조치였다.
80년10월15일까지 1천1백98개 기업이 신고를 마쳤는데 신고된 토지는 4억4천2백91만평, 건물은 l천21만2천 평이었다. 이 중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정된 8천4백33만평이 처분대상이 되었다.
지난 2월 말 현재 기업 자체에서 매각한 부동산은 4천2백35만평이며 토개공이 별도로 인수해서 처분한 것은 2천2백19만평이었다. 토개공 및 기업 자체에서 처분한 비업무용 부동산 총계 6천4백54만평의 매각대금은 2천3백89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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