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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PGA 6년 만에 상금만 92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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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경주 선수가 우승 퍼트를 한 뒤 18번 그린으로 뛰어나온 아들 호준군을 얼싸안고 있다. [그린즈버러 AFP=연합]

3년간 그는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02년 5월 컴팩 클래식, 10월 탬파베이 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즈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끝에 단독 3위에 올랐지만 사람들은 우승자에게만 눈길을 돌렸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에요. 무엇보다도 오랜 가슴앓이를 끝내서 기쁩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3년 만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최경주(35) 선수 이야기다. 최 선수는 3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포리스트 오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22언더파로 우승했다. 정확한 드라이브 샷과 자로 잰 듯한 퍼트를 앞세워 2위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를 2타 차로 제쳤다. 3년 만에 우승한 소감을 묻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교회 이야기부터 꺼냈다.

"개막 전날 교회에 가서 오랫동안 기도를 했어요. 우승을 바라기보다는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빌었지요. 그랬더니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나설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퍼트가 잘 됐어요."

최경주는 이번 대회 우승은 후배 선수인 위창수(33)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라운드가 시작되기 10분 전 연습 그린에서 위창수가 퍼팅 그립에 대해 한 마디 조언을 해줬는데 곧바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최경주가 한물 간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그동안 샷이 나빴던 건 절대 아니에요. 퍼트가 속을 썩이다 보니 잘 쳐놓고도 스코어를 까먹는 경우가 많았지요."

최경주는 최종 4라운드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1번 홀부터 4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 ABC의 해설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의 기량을 칭찬했다.

"KJ(최경주의 미국식 애칭)를 보라. 2002년 우승할 당시의 샷을 보는 듯하다. 그동안 퍼트가 부진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공을 때리는 능력만큼은 세계 최고다."

최 선수의 활약은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방송 카메라는 4라운드 내내 그의 곁에 붙어 일거수 일투족을 담았다.

마루야마가 끝까지 추격했지만 최경주의 신들린 듯한 샷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12번 홀(파3)에서는 벙커샷을 한 공이 그린 위를 구르더니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디를 잡아냈다. 최경주는 마지막 날 드라이브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홀당 퍼트 수는 1.618개로 1위를 차지했고, 아이언샷의 정확도도 76%를 넘었다.

PGA 투어 6년째를 맞은 2005년은 최경주에게 최악의 해였다. 21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10위권 이내에 든 것은 겨우 두 차례. 최근 2개 대회에선 잇따라 예선 탈락하며 세계랭킹이 47위로 추락했다. 강지민.김주연.이미나.장정.강수연 등 여자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그는 잇따라 예선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슬럼프 탈출을 위해 묵묵히 훈련을 거듭했다. 비제이 싱(피지)을 모델로 삼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구슬땀을 쏟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피나는 노력은 드디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결실을 보았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 90만달러(약 9억원)를 벌어들였다. 최 선수가 단일 대회에서 받은 상금 중 최고액이다. 상금랭킹이 87위에서 33위로 껑충 뛰었고, 세계랭킹도 33위로 14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통산 상금도 910만7791달러(약 92억원)로 늘었다. 2000년 PGA 투어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상금 1000만 달러 고지 돌파를 눈앞에 둔 셈이다. 지금까지 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상금 1000만 달러의 벽을 돌파한 선수는 59명뿐이다.

"아직 멀었어요. 좀 더 열심히 벌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어요."

최 선수는 최근엔 카트리나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 교민을 위해 써달라며 3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최 선수는 이번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다음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신한동해오픈(13~16일)에 출전하기 위해 10일 금의환향할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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