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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울경유 북경 직선항로|북한, 한국 일방 노선 개설 우려|남북한 2원 노선에 동의 비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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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빠르면 오는 8월 동경∼상해간을 운항하는 중공과 일본 항공기들이 제주 남방의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F1R)을 날게된다.
동경과 상해를 잇는 이 직선항로는 현재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 바깥을 남쪽으로 돌아가는 기존 항로, 이른바 「닉슨·루트」보다 2백74km가 짧다. 비행시간이 20분 이상 단축된다. 항공사들은 그만큼 연료비 절감이익(연 3만5천t 추산)을 얻는다.

<우리나라 관제 받아>
대구 FIR로 부르는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을 나는 동안 중공과 일본 항공기는 대구에 있는 우리측 관제센터와 교신하며 기상상태·비행 침로 등 정보를 제공받고 우리의 관제하에 비행하게 된다. 긴급시엔 가까운 우리나라 비행장에 착륙,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동경∼상해 직선항로 개설합의로 한국과 중공은 항공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번 피납기 사건의 협상사절로 한국에온 심도 중공측 대표는 『가까운 길을 두고 먼길로 돌아 왔다』는 함축 있는 인사를 했다. 심의 발언은 직선항로 개설에 대한 완곡한 관심의 시사로도 들을 수 있다.
한반도 상공을 통과해야 하는 북경∼동경간 직선항로 개설문제는 분단상태의 남북한으로서는 단순한 항공협력 차원이 아닌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비행기를 운항하는 일·중공 양국으로서도 경제적 실리 이상의 정치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동경∼상해간의 부분적인 직선노선 합의도 국교관계가 없는 한국과 중공으로서는 실리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마리를 풀기가 어려운 일일뿐 한 매듭만 풀면 모든 것이 순조롭듯이 이 동경∼상해 노선의 합의를 첫걸음으로 동경∼북경 직항노선의 개설도 촉진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연간 6백만불 절감>
한반도를 지나는 북경∼동경 직선항로 개설논의는 79년께부터 미·일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거론됐다. 72년 4월 일·중공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개설된 현재의 항로는 동경서 구주 남쪽, 동지나해를 거쳐 상해∼비현∼박두∼북경으로 연결되는 우회노선이다. 제주 남쪽 2백마일까지 뻗친 한국 비행정보 구역을 피해 설정된 항로다.
만일 이 항로를 직선화해 한반도를 통과할 경우 비행시간은 현재 4시간30분에서 적어도 1시간30분이 단축되며 이에 따라 현재의 취항편수를 기준해도 연간 약 6백만 달러 이상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직선항로 개설논의는 80년 3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이 문제 협의를 위한 한국·중공·일본 등 3국의 비공식 협의를 제안함으로써 본격화됐다. 중공은 이에 북한까지 포함한 4자 협상을 수정제의, 한국은 이에 동의했으나 북한측이 『남북분단을 영구화한다』는 상투적 구실을 내세워 이를 거부, 실현되지 못했다. ICAO측은 81년 11월 남북한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 남북한 상공을 각각 통과하는 2개의 직선항로를 동시에 개설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 노선은 남한노선은 동경∼미보∼강릉∼서울∼박두∼북경, 북한노선은 동경∼신석∼북한상공 통과∼심양∼북경으로 되어있다.
「코테이트」 ICAO 의장은 81년 11월 중공과 북한을 방문, 의사를 타진하고 82년 1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했다. 북한측은 이때 동경∼원산∼평양∼북경 노선에 동의할 뜻을 비췄다. 북한측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남북 2원 노선을 계속 반대할 경우 남한 노선만 개설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취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북한노선의 우선 개설을 주장, 협상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은 80년 4월 한미항공회담을 통해 미국 항공기가 서울을 거쳐 중공으로 가는 이원권을 허용한바있고 그 밖의 국가에도 민간항공기의 영공통과를 허용한다는 영공개방정책을 천명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은 남북한 2원 노선개설에 대해서도 동시개설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2원 항로개설에 찬성하나 남북한의 정치현실을 감안, 다소 관망적인 자세이며 중공은 북한을 의식, 북한 통과노선에는 적극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2원 항로개설에는 소극적이다.

<「평양노선」만 고집>
북한은 81년 7월 이후 북한 통과노선의 우선 개설을 기도하는 등으로 관련국의 입장이 엇갈려 개설까지는 아직도 많은 고비가 남아있다.
관련국가들의 입장이 이렇듯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회의에서 「코테이트」 의장의 중재로 동경∼상해 직항노선의 한국 FIR통과가 한·일·중공간에 합의된 것은 하나의 진전이었다.
중공은 이때도 국교가 없는 한국과의 직접 대좌를 기피, 「코테이트」 의장이 중개를 했으며 중공기의 교신은 대구 관제소와 직접하지 않고 일본 후꾸에 관제소를 통해 대구 FIR∼복강 FIR∼중공 민항의 3각 교신을 내세우긴 했다.

<심도 발언 변화 예고>
또 구체적 항로개설을 위한 실무협의도 일본을 사이에 세워 간접교섭을 했다. 한·일은 3월중 두 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기술적인 문제들을 검토하고 4월중에는 시험비행까지 끝냈다. 한·일간의 합의사항은 일본을 통해 중공에 전달돼 3자간의 합의가 성립되었으며 통과비행 허가신청 등 절차를 끝내는 대로 빠르면 8월중 동경∼상해 노선의 운항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중공이 지금까지 항공협력 교섭에서 일본을 통해 3각 대화를 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빠른 길이 있는데…』라는 심도의 서울 발언은 어떤 변화를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이번 피납기 송환교섭에서 중공은 한국에 직접교신을, 먼저 시작, 금기는 이미 깨진 셈이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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