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생님의 고마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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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달력을 보니 15일이 스승의 날이다.
떠둘썩했던 어린이날·어버이날이 지난후에 오는 스승의 날이어서 그런지 어쩐지 초라해 보이기만 하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올해 스승의 날을 맞으면서 특히 나에게는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어느 고마운 스승 한분을 꼭 기억해두고 싶은 것이다.
나의 두딸이 다니는 학교에 C라는 담임선생님이 계셨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가정이 뜻하지 않은 일로 어려운 시련이 몰아닥쳤을 때의 일이다.
소문을 들었던지 C선생님은 밤늦게 우리집을 찾아와 갖은 말로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주었다.
학교가 사립학교여서 두딸의 등록금은 어렵던 내형편에 너무 벅찼었다.
거리가 좀 멀더라도 우리 아이들만 공부 잘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공립학교로 옮길 결심을 했다.
철도 모르고 싫다는 아이들을 설득, 아이들을 전학시키기 위해 초라한 모습으로 학교를 찾아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벌써 우리아이들의 등록금을 납부해 놓아 학교에서는 구태여 전학할 필요가 무엇인가며 말렸다.
후에 안 일이지만 바로 그 담임선생님이 나몰래 이를 내어주신 것이다.
한번만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선생님의 사려깊은 배려때문이었다. 여기서 선생님과 학부모간에 오간 물질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금전의 오감은 오히려 사회를 혼탁케하기 쉬운 것이 아닌가.
그러나 C선생님의 배려에는 스승다운 자세한 인간미가 있어 감동케 했다.
제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상처가 행여 아프지 않을까 마음 쓰는 자상한 스승의 상.
올해의 스승의 날은 언제나 아이들속에서 시달림을 겪는 모든 선생님들, 특히 C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경의를 표하고 싶다.
김광순 <서울서대문구 북아현동 1의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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