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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군자 등 묵화 배우는 호 「데니스·자레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낮의 정적속에 잠겨있는 초여름의 서울성북동 주택가-. 가파른 오르막길의 전망좋은 위치에 오스트레일리아인 「자레트」씨의 2층집이 자리잡고 있다. 「데니스·자레트」씨(36·미국 퀘이커 오츠 식품회사 한국지부장 「안토니오·자레트」씨 부인)는 싱그러운 묵향을 풍기며 오리를 그리고 있었다.
『동양화의 기초가 되는 매난국죽 사군자를 비슷하게 모양만을 그려보는데만도 13개월 이상이 걸렸읍니다. 아직 아기지요. 난초하나라도 어느 정도 그리려면 10∼15년이 걸릴것 같읍니다.』
81년8월 한국에 온 후 평소에 원하던 동양화를 배우게 됐다는 「자레트」씨의 얘기. 그는 지금 막 채색을 시작하여 연지빛·남빛·징황빛 등 물감을 사들였다고 한다. 연못속에 노니는 오리와 연잎 연꽃에 조심스레 채색을 한다.
거실과 식당벽에는 그가 동양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린 난초와 국화 등이 얌전하게 액자속에 넣어져 걸려있다.
그림에는 또 「자레트·데니스」란 한글로 새긴 사각 나무도장이 붉은 빛깔로 찍혀져 있어 흥미롭다.
『동양화를 제대로 그리려면 그림 한쪽에 한시를 곁들여야하고 그래서 한문도 배워야합니다. 한글에도 관심이 많은데 배워도 곧 잊어서 곤란해요.』
처음에는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각종 교실을 열고있던 국제문화법회에서, 지금은 USQ(미 연합봉사기구) 묵화클럽에서 이귀임씨로부터 배우고있다.
한국에 와서 살고있는 외국인들이 대개 그렇듯 「자레트」부인도 한국의 전통 목가구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있었다. 정교한 쇠장식과 튼튼한 자물쇠가 자연스런 나무결과 조화를 이룬 반닫이와 꽂그림이 새겨진 2층장은 특히 그가 소중히 하는 소장품.
화려한 채색의 꽃들로 이루어진 8폭 민화병풍도 그가 자랑하고 아끼는 물건이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배운후부터 한국문화 한국사람에 더욱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게됐다고 그는 말한다.
시드니대학에서 약학을, 뉴 사우드 웨일즈대학 대학원에서 마키팅을 전공해 학위를 딴 그는 현재 주한 미국 메릴랜드대 분교에서 마키팅을 강의하고 있다. 오는 8월 남편의 새로운 임지인 필리핀으로 떤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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