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는 일본말 다례로 쓰자"|김정옥씨(동구학원 이사장)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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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다도」는 일본이 쓰는 고유명사이므로 「다례」로 고쳐쓰자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펴고있는 사람은 대한YWCA연합회 명예연합위원으로 있는 김정옥씨(동구학원이사장). 그가 월간 『한국YWCA』(83년5월호)에 기고한 『다도에 대하여 일언한다』를 간추려 소개한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릭픽 등 국가적 행사를 대비하여 우리의 것을 찾으려는 운동의 일환으로 전통차에 대한 보급이 근래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운동을 주도하고있는 각종 단체나 매스컴, 전문서적 심지어 공문서에도 「다도」란 단어가 서슴없이 쓰이고 있는 실정.
문헌을 살펴보면 『삼국유사』권이에 신라 제35대 경덕왕때 충담스님을 만나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보이며 정왕대왕의 태자 보천과 아들 효명이 수업을 위해 산에 들어가 있을때 매일같이 부처님께 전다공양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와 그 이전시대에 대한 풍속관계자료촬요에서는 차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군데군데 비치고 있으며 이인로의 『파한집』권하에는「음다일완」이라고 쓴 것이 처음 나와 찻잔보다 찻사발을 흔히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고려도경』에는 비교적 기구에 대한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권31, 32기명편에는 전다용기로 탕호가 있는데 높이가 l척8촌, 배지름이 1자로 물이 1말이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순서설명도 약간 나타나는데 자는 뜰 가운데서 끓이고 은하뚜껑을 덮어서 천천히 걸어 차대접을 할 사람앞으로 나간다고 했으며 다홍사포로 그릇을 나열한 붉은상 위에 덮어놓았다는 것이 기록돼 있다.
고려시대 차종류로는 뇌원다·뇌선다·대다·유다와 함께 중국의 납다·용봉·사단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차는 유두일, 팔관회, 양로연을 베풀때 마시고 선물하기도 했으며 불전공양은 날마다, 그리고 왕궁에서도 무슨 때면 진다의식이 있었고 행연다담중도군사사인이라하여 차를 담당하는 4인조 군사가 있었음도 보여준다.
이같이 고려이전의 풍속자료집 39곳과 조선왕조때의 풍속자료집 58곳에 차기록이 있으나 다구와 진다절차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없으며 더욱 어느 한곳에서도 다도란 단어는 나오지 않고있다.
반면 조선왕조 풍속자료집에 나타난 차기록 58곳가운데 다례로 표기된 곳은 15군데나 있는 것이 밝혀졌다.
그는『중국은 법을, 한국은 례를, 일본은 도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화돼 있음에 비춰볼때 다례야말로 우리의 말』이라고 주장한다.
다례는 능 참배할때 두 번, 제사지낼때 한번, 양노연때 한번, 궁중에서 한번 열었으며 사신접대다례가 10번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다례는 연회때 썼지 죽은 사람을 위한 「차례」만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견해.
다만 우리가 오랫동안 제사로 행했던 「차례」의 습속때문에 우선적으로 제사의 이미지가 떠오르나 이를 「차」 대신 「다」로 발음하면 달라지리라고 그는 보고있다.
그는 『우리의 고유차를 일반인이 마시는 차와 같은 간편한 보편을 위해, 그리고 음다례법을 통한 교육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흐르고 있는 정신생활을 다시 살아나게하기 위해 다도 고유 전통 등의 낱말을 쓰는데는 신중해야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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