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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시키기 위해 고심"|접대 맡았던 5명…중공인을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피납 중공승무원과 승객들이 머물다간 워커힐쉐라톤호텔에서 중공인들의 모든 것을 지켜봤던 호텔종업원들이 「뜻밖의 손님」들이 떠나간 다음 한자리에 모였다. 4박5일동안 중공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통역과 서비스를 전담했던 이들을 통해 중공승객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양=4박5일동안 정말 바빴습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접대했으나 중공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왕=중공인들을 처음 대하고 보니 내 동포라는 생각이 들어 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떨쳐주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송=승객들은 승무원이 없으면 무척 불안해하더군요.

<침대 깨끗이 정리>
▲이=중공인들도 다른 투숙객들과 별 차이는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나간후 방청소를 하러 가보면 방은 지저분한데 침대는 다시 정돈, 잠자기전과 똑같이 해 두었더군요.
▲양=승무원과 승객들의 매너가 약간 차이가 있더군요.
승무원들은 양식을 들 때 어색한 점이 없었으나 일부 승객들중에는 포크와 나이프의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었읍니다.
▲왕=50대의 한부인이 식사를 하지않고 그냥 있길래 『왜 식사를 안하느냐』고 물었더니 『고향에서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판국에 밥을 먹을수 있느냐』고 하더군요. 가슴이 찡 했읍니다.
▲이=도착 첫날엔 그들의 기분이 매우 저기압인 것같아 방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다음날부터 기분이 풀렸더군요.
이틀째부터는 냉장고에 들어있던 콜라·주스 등 음료수도 마시곤 했고 맥주는 몇병씩 비어 있더군요.
▲왕=40대 남자승객이 나의 봉급이 얼마냐고 물어봤습니다. 내가 35만원쯤 받는다고 하자 이 친구하는 말이 중공돈으로 7백원(원)가량 된다면서 이정도면 성주석(도지사)이 3개월 받는 액수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그러면서도 자기의 급료가 30원정도이지만 물가가 싸 걱정은 없다면서 자신들의 낮은 봉급을 합리화했지요.
▲양=승무원들은 귀국후에 있을 자신들에 대한 조사에 대해 꽤 신경을 쓰는것 같았읍니다.
승무원중 한사람은 떠나면서 『기회가 있으면 꼭 한국에 오겠다』고 귀엣말을 하더군요.

<"물가 싸 걱정없다">
▲나=그들은 지도자 말을 잘 듣는 것 같았어요. 개인주의는 거의 볼수 없었습니다. 폐쇄된 사회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몸에 밴것 같더군요. 한국말을 잘하는 장영환씨에게 『음식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맛이 좋다』고 했고, 한국에 대한 소감을 묻자 『조금 좋다』며 말끝을 흐렸는데 아무래도 한국계 같았읍니다.
▲이=장씨는 떠나기전 중공 비행기 모양의 마스코트와 중공화폐를 나에게 선물했읍니다. 방 청소를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떨어진 러닝셔츠·팬츠 등을 세탁해서 목욕실에 널어 놨는데 천의 질이 형편없어요. 승객들은 닷새동안 거의 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더우면 상의를 벗는 정도였읍니다.
▲송=처음 영어로 그들을 안내했더니 알아듣지 못해, 일본말을 했더니 알아듣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식사때는 대부분 젓가락을 사용했지요. 우리나라 갈비구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일반투숙객들은 외출때는 방문을 꼭 걸어잠그고 다니는 것이 상례인데 이들은 방문을 열어놓고 다녔고 저녁식사 후에는 이방저방 돌아다니면서 부산을 떨더군요.

<문 안잠그고 외출>
10일 상오 5층의 한객실에 들어가 국산양주 샘플을 마시라고 권했더니 『머릿기름이냐』고 불어 한자로 술 「주」자를 써주었더니 반병쯤 마시더군요.
47개 객실에 넣어 주었던 밀크로션·레먼로션·헤어토닉 등 화장품은 떠난 후 들어와보니 그대로 남아 있었읍니다.
▲나=여승무원 정매양, 이하양, 강민영양 등이 묵었던 507호실에선 우리나라 B패션의 팬티스타킹 빈곽이 나왔읍니다.
5층의 한 객실에는 지난 9일 새마을중앙본부방문때 받은 『새마을 새시대』란 책자 1권을 그냥 두고 갔더군요.
▲이=여승무원들이 묵었던 507호실과 붙은 509호실에는 승객들에게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빵상자가 버려져 있었어요. 상자속에는 찐빵처럼 생긴 빵2개와 바나나모양의 길쭉한 빵1개가 남아 있었읍니다.
▲양=3층 서비스룸 바닥에는 서울강남구 삼성동 K병원의 약봉지와 감기약이 들었던 빈병이 있었습니다. 아마 승객중에 감기환자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기내식빵 가져와>
▲송=일반승객들은 객실에 비치된 호텔 전용메모지를 전혀 쓰지 않았지만 항법사 마운무씨와 계기사 임국영씨가 묵었던 505호실에는 많은 글씨를 쓴 흔적이 남아있는 여러장의 메모지가 탁자위에 놓여있더군요.
▲양=그들이 짐을 꾸리고 나가길래 『짜이진(안녕히 가십시요)』이라고 인사했더니 악수를 청하며 고맙다고 절을 수십번 하더군요.
▲나=그들은 4박5일 동안 머물면서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정도는 모두 배운 것 같았읍니다.
▲송=정말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정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돌아가서도 한국의 인심을 널리 알려만 준다면 더 바랄것이 없겠어요.

<참석자>
▲송재정씨(35·연회담당지배인)
▲양건석씨(39·객실부 벨캡틴)
▲왕수인씨(27·화교·중국음식점 금룡종업원)
▲이욱자씨(42·3층객실종업원)
▲나숙자씨(30·프랑스음식점 셀라돈안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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