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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말뿐인 교통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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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출근시간 서울 도봉.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따라 시속 40㎞로 시원스레 달리고 있는 간선버스, 무선 인터넷으로 버스 배차간격이나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버스사령실시스템, 낮시간이면 할인받는 지하철 요금…'.

이는 서울시가 지난 9월부터 발표해온 '교통시스템 개편안'과 '청계천 복원공사에 대비한 교통처리 종합대책'에 따른 2003년 5월의 서울 동북부 지역 모습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시의 대책은 승용차의 도심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도심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과 시내 곳곳에 설치한 '청계고가 7월 1일 폐쇄'라는 홍보간판 정도에 불과하다.

시가 추진해온 교통대책 중 대표적인 내용인 도봉로~미아로~도심축을 잇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는 경찰청의 유보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도로 구조상 좌회전과 U턴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11월 시가 발표한 교통시스템 개편안에 따르면 지난달 이미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가 마무리됐어야 했다.

지난해 61%였던 교통카드 사용률을 올해 1백%로 올리겠다는 계획도 구호에 그쳤다. 카드할인율은 20%까지, 환승할인율은 50%까지 올려 교통카드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세부계획이 전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퇴근시에는 기본요금, 주간에는 할인, 야간에는 할증을 하는 차등요금제는 올 3월 지하철에 이어 상반기에 버스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시정개발연구원에서 요금체계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승용차 출퇴근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다던 통근 셔틀버스나 광역 급행버스에 대해서도 시는 "각 회사에 권장하고 있다"거나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돼야 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시가 업체나 주민 등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시는 버스 운영체계를 간선.지선 노선으로 개편하고 준공영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시범실시 지역인 동북부 지역 버스회사들이 반발하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북부 지역에서 40년째 버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L씨는 "간선버스의 종점이 종로5가에서 서울역으로 바뀐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을 만큼 시는 우리들에게 정보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시가 아무런 손실보상 대책 없이 개편안을 강행할 경우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버스회사뿐 아니라 시 기구인 청계천복원추진본부에서조차 "시 교통국이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교통대책을 내놓으면서 한마디 상의도 없었고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도 주지 않아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영.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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