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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Online 온라인] 연예인 가족도 연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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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인과 결혼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애초 결혼한다는 보도자료는 왜 냈나."

"심은하의 남편은 연예인이 아니다.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그의 사생활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여배우 심은하의 결혼 발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심은하의 '예비 신랑' 지상욱씨가 자신의 개인사를 공개한 한 매체에 대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을 표방하고 나섰다. 네티즌들도 양편으로 갈려 "지나쳤다" "감내해야 한다"며 팽팽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이미 예고됐었다. 결혼 발표와 동시에 인터넷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고,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이들 예비 부부는 물론 지씨의 부친, 그가 운영하는 기업인 '한성실업'까지 한꺼번에 검색순위 상단을 장식했다. 이 과정에서 동명의 다른 업체들까지 주목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씨 집안과는 관계없는 또 다른 '한성실업' 관계자는 "결혼 소식 이후 여러 차례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네티즌과 매체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씨와 부친의 학력과 경력,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관계 등 세세한 내용이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씨의 신상에 대해 거의 고위 공직자 수준의 검증에 나서는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심씨의 여동생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네티즌들이 특정 연예인의 가족.친지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니홈피.블로그 등을 통해 사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확산 속도도 빨라지면서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주변 인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가수 비의 여동생, 쌍둥이 가수 량현량하의 누나 등은 이미 수만 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린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연예인의 가족뿐 아니라 매니저.의상 담당자의 팬클럽도 성행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축구선수 박주영의 여자친구로 소개된 한 대학생은 네티즌들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미니홈피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예인을 향한 네티즌들의 호기심과 동경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인터넷에서 '일반인'의 반대말은 '연예인'이다. 여기에 '연예인-평민'의 다소 자조적인 구분까지 등장했다. 과거 연예인들이 공인(公人)을 자처하고 나서는 모습에 냉소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한류'로 상징되는 인기 연예인의 힘이 전방위로 뻗치고 있고, '연예 권력'이란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법원도 연예인들의 사생활 보호 범위를 일반적인 공인의 수준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면 연예인의 주변인물은 연예인일까, 일반인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또 다른 범주가 필요한 것일까.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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