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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가 무섭다고요? 한국의 에볼라는 결핵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세계 보건의료계의 이슈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다. 에볼라는 한 번 감염되면 사망할 확률이 50%가 넘는데다 제대로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다. 지난해 시에라리온·라이베이 등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에볼라가 빠르게 번지면서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1976년 처음 에볼라가 발병한 이후 가장 빠른 확산 속도다. 덩달아 에볼라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말 현재 79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에볼라는 의외로 ‘결핵’이다. 과거보다 위생상태와 영양공급이 좋아지면서 결핵이 사라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만 한 해 평균 3만 명 이상이 새로 결핵에 걸린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이미 몸 속에 결핵균을 갖고 있는 잠복결핵 환자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결핵이 확산될 수 있다. 한국얀센 김효정 과장(사진·다제내성 결핵치료제 서튜러 PM)을 만나 끊나지 않은 결핵과의 전쟁에 대해 들었다.

- 결핵은 백신도 있고 치료제도 개발돼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결핵을 감기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결핵은 국내 법정 감염병 중 사망률·발생률 모두 1위다. 2012년 전세계적으로 860만 명이 결핵에 감염됐고, 이중 130만 명이 사망했다. 결핵은 HIV/에이즈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질환이다.

특히 한국은 결핵 바이러스 보균자가 많다. 공기로 전염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결핵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폐에 있던 결핵 바이러스가 공기 중을 떠돌아다니다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옮겨간다. 결핵 환자 1사람이 10명~15명 정도 전파시킨다. 복잡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교실 등 사람이 집단으로 몰려있는 곳에서 쉽게 감염된다.

한국인이 미국 대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결핵 검사결과를 제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검사결과를 제출하지 않으면 수강신청 조차 하지 못한다. 그만큼 한국은 결핵 고위험 국가다. 버스·지하철을 타고 다니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결핵에 감염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결핵과의 전쟁은 아직 끊나지 않았다.”

- 결핵은 약만 잘 먹으면 낫는다고 들었는데.

“맞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6개월 가량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단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치료를 받는 중간에 약을 띄엄띄엄 먹거나 중단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결핵 약물치료는 지키기 힘들기로 알려졌다. 한 번에 10~15알을 먹는데다 부작용이 심해서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임의로 약을 끊는 환자가 적지 않다. 결국 기존 결핵 약에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WHO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적으로 44만 건의 다제내성 결핵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결핵 발생률의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결핵은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결핵 치료 성공률은 80%이상이다. 하지만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은 45%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더 심한 광범위내성 결핵은 25%에 불과하다.

더 무서운 점은 처음부터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 결핵 혹은 광범위내성 결핵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다제내성 결핵환자의 절반은 처음부터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있다.”

- 다제내성 결핵치료제가 새로 나왔는데.

“치료 성공률이 낮았던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제내성 결핵은 기존 1차 결핵 치료약으로는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치료 성공률 역시 45%에 머문다.

얀센에서 최근 개발·출시한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 ‘서튜러(성분명 베타퀄린푸마르산염)’는 제한적이던 국내 결핵 치료에 새고운 대안이 될 것이다. 서튜러는 결핵 바이러스의 에너지원 생성에 필수적인 효소 합성을 억제해 결핵을 치료한다.

결핵 바이러스는 약해지면 쉽게 동면상태에 빠져든다. 이렇게 남은 결핵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그만큼 재발이 쉽다. 하지만 서튜러는 결핵 바이러스가 생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생성을 방해해 결핵 바이러스를 죽인다. 동면 상태로 들어간 바이러스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소랭의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에너지원을 원천적으로 억제해 결핵균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

서튜러의 다제내성 결핵치료 효과는 매우 뛰어났다. 서튜러를 투여한 쥐 89%는 완치됐다. 나머지 11%만 재발했다. 반면 대조군은 60%나 재발했다. 동물 연구지만 다제내성 결핵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고 치료약이 없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임상 2상 후 서튜러 시판을 신속승인했다.”

- 서튜러는 임상 2상만 완료했기 때문에 효능효과나 안전성 등을 입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을 것 같은데.

“현재 임상 3상을 위한 임상시험 설계를 완성한 상태다. 한국은 이번 임상 3상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서튜러 임상 3상은 서튜러의 다제내성 치료 효과와 치료 기간을 단축 등을 확인한다. 기존 18~24개월 정도 소요됐던 다제내성 결핵 치료기간을 9개월로 단축시키는 연구다. 치료기간이 줄어들면 복약 순응도가 높아져 전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 자체가 높아진다.

특히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렸던 주사치료를 제외한 새로운 결핵 치료 효과도 점검할 예정이다. 매일매일 주사를 맞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실제 결핵 치료를 받다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중도 포기를 막아 전체 결핵 치료비용은 물론 치료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서튜러를 개발하게된 배경은 무엇인가.

“세계 공중보건에 기여하기 위한 열정에서 시작됐다. 사실 서튜러는 매우 어렵게 개발된 약이다. 개발이 완성되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차짓 서튜러가 탄생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서튜러를 개발한 쿤(Koen Andrieas) 박사는 서튜러 개발을 한마디로 ‘험난한 여정(Rocky Roda)’라고 표현했다. 얀센은 1990년대 후반 소외질환인 결핵 치료제 개발을 시작해 2004년도에 매커니즘을 밝혀내고 서튜러 개발을 진행했다.

사실 결핵은 당뇨병 치료제처럼 블록버스터급 치료제가 아니다.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해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얀센의 창시자인 폴 얀센 박사는 동생이 어렸을때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소외질환인 결핵 치료제 개발에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한 것이 큰 힘이됐다. 얀센은 세계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얀센 Gloval Public Health를 통해 장기 지속형 HIV 주사제, 기생충·회충 치료제 등 의료사각지대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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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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