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건강식품] 아로니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지난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바쁘게 보낸 배우 문정희(39·사진)씨. 그녀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20대 못지않은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로 8년간 마신 ‘쾌변 주스’를 공개했다. 인삼, 요구르트에 ‘아로니아’라는 낯선 재료를 섞어 만든 레시피가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에 ‘프렌치 패러독스’가 있다면 폴란드에는 ‘폴리시 패러독스(Polish Paradox)’가 있다. 폴란드인이 고기와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데도 심혈관계 질환의 사망률이 낮은 모순을 가리킨다. 바로 아로니아라는 식물 때문이다. 세계 아로니아의 90%가 폴란드에서 재배될 정도로 이곳에선 없어서는 안 될 묘약으로 여겨진다.

아로니아는 4개월이 넘는 혹설, 영하 20도 아래의 혹한, 5개월간의 강한 자외선과 무더위가 이어지는 곳에서 자란다. 그러다 보니 아로니아의 항산화력은 열매 중 최고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2013)에 따르면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100g당 349.79㎎이나 들어 있다. 체리(31.98㎎)의 11배, 사과(0.81㎎)의 432배나 된다.

아로니아는 베리류 중에서도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148.61㎎)의 2.4배, 아사이베리(53.64㎎)에 비해 6.5배나 많다. 중세 유럽 왕족은 아로니아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질병의 예방·치료에 사용했다. ‘왕의 열매’ ‘킹스베리(King’s Berry)’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유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아로니아를 늙지 않는 열매라는 뜻의 ‘불로매’로 불렀다.

아로니아는 맛이 떫은 만큼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아로니아는 맛이 떫다.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탄닌 때문이다. 맛이 얼마나 떫은지 새와 들짐승이 먹고 질식할 정도다. 그래서 아로니아를 ‘초크베리’라고도 한다. 초크(choke)는 숨이 막힌다는 뜻이다.

아로니아의 강력한 항산화력은 동안을 찾아줄 정도로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강원대 이현용 교수팀은 인체 유래 피부세포에 아로니아 추출물을 넣어 관찰했다. 그랬더니 콜라겐 생성을 막는 단백질이 최대 1000배 적게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 피부 탄력을 돕는 콜라겐이 잘 만들어지도록 기능한다는 것이다.

아로니아는 비만도 막는다. 아로니아의 클로로겐산(폴리페놀 화합물 중 하나)이 간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해 지방 흡수를 막고 장의 포도당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폴란드 우츠 의과대학은 대사증후군 환자 25명에게 2개월간 아로니아를 섭취하게 했다. 그랬더니 평균 혈압은 21%, 중성지방은 15% 줄고, LDL-콜레스테롤 수치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은 눈의 피로감을 줄이고 시력 저하 및 백내장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시각에 관여하는 로돕신이라는 색소체가 재합성되는 것을 안토시아닌이 촉진해 준다.

아로니아는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해 농축액 형태의 수입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아로니아 열풍이 일면서 아로니아 과즙 주스,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자연건강식품 브랜드 굿베이스가 선보인 ‘홍삼 담은 아로니아’는 아로니아와 홍삼을 배합한 식품이다. 국내산 6년근 홍삼에 폴란드산 아로니아를 사용했다.

정심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