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시가스 요금폭탄 537만원…주민, 가스회사 상대로 승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A씨의 지난 2010년 3월 도시가스 사용료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지서에는 사용료와 연체료 등이 31개월간의 미납 가스요금이 537만여원으로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매달 꼬박꼬박 가스요금을 내왔던 A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정은 이랬다. 도시가스회사인 K사는 매달 주택 내부에 설치해둔 원격 검침계량기를 통해 가스 사용량을 전송 받았고, 이를 통해 가스사용료를 부과해왔다. 원인은 이 원격 검침계량기에 있었다. 원격 검침계량기의 이상으로 2007년 8월부터 정상적으로 검침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K사는 2009년 8월 원격 검침계량기 방식에서 직원의 직접 방문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소비자가 불러주면 이를 통해 계량기를 검침하는 방식으로 바꾼 뒤에야 이상한 점을 알게 됐다. K사는 직원이 직접 A씨의 집을 방문한 뒤 2010년 3월에서야 그동안의 검침이 잘못된 사실을 확신하고, 잘못 계산된 요금을 합쳐 다시 요금을 고지했다. A씨는 "검침 계량기가 고장이었으니 그동안의 미납요금 자체도 근거가 없고, 시효도 지나 요금을 낼 수 없다"며 "허위 채권을 내라고 독촉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으므로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물어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부장 이영진)은 A씨가 도시가스 회사인 K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등 청구소송에서 A씨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매월 발생하는 가스요금 청구 권리는 3년 시효로 소멸하므로 소송 시점을 기준으로 3년 전인 2008년 11월 30일 이전에 발생한 사용량에 대한 K사의 요금 청구 권리는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대해서도 월별 요금을 특정하지 못한 부분은 가스회사의 책임이므로 소비자가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다만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고 월별 요금이 확인된 2010년 1월~3월의 미납분인 65만원은 납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K사를 상대로 주장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도 "K사의 독촉행위가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달리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