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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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은 프랑스정부가 올해 새로 정한 「시의 날」이다.
이날부터 프랑스 저에선 시짓기대회·시낭송회·강연회 등 각종 시의 축제가 한달 동안 계속된다.
「시의 날」제정은 순전히 시인들의 노력과 요청에 따라 실현된 것으로 프랑스 문화성은 이미 6개월 전 전국 각 성·시·군당국과 도서관·출판사문화기관·단체 관계인사 앞으로 수천장의 공한을 보내23일을 「시의 날」로 제정했음을 알리고 이번 행사의 성공적 결실을 위해 적극·협조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문화성출판국은 시의 날 행사를 위해 25만프랑(약2천7백만원)을 들여 12만장의 선전벽보와 팜플릿을 인쇄해 배포했다. 프랑스의 경우 시는 그 작품량에 있어서 소설물을 훨씬 앞지르고 시를 아끼고 시에 관심을 갖는 동호인수도 엄청난 만큼 시의 날 제정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14∼26세까지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어떤 시짓기대회에는 2천명이상이 참가했고 국영TV방송인 TF1이 주최한 10∼14세까지의 어린이시짓기대회 때는 2만명이나 몰려 대회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시 전문지 『포에지1』의 경우 몇 년 전 계획했던 시 공모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응모신청자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시집출판이 소설보다 매우 어렵기는 프랑스도 예의가 아니다.
시집은 좀처럼 팔리지를 앉아 l천부만 나가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를 정도다. 때문에 파리의 큰 출판사들도 시집 출판을 꺼린다. 유수한 출판사인 풀라마리옹사가 시의 날 제정을 계기로 5권의 시집을 얼마 전 출판했는데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될 정도로 시집출판은 하나의 모험이다.
출판업자들은 모두 『시집출판으론 출판사가 견뎌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어 작가의 자비출판만을 전문으로 맘아 톡톡히 재미를 보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정부의 문예진흥센터의 보조가 없지는 않다. 문예작품출판을 위해 문예진흥센터는 입년 55만프랑(약6천만원)을 보조했고 금년엔 65만프랑(약7천1백만원)으로 늘려 53개 출판사를 보조했다. 문예잡지출판보조금으론 지난해 38%개 잡지사에 37만3천프랑(약4천1백만원)이 지출됐다. 정부는 시집출판에 점차 보조금을 늘려가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결국 시인들이 주동이 된 이번 시의 날 재정도 시와 대중의 거리를 좁혀 시룰 읽게 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해야겠다. 프랑스의 「시의 날」온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주원상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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