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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카에다 보복 시작됐나"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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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수도 리야드 동부 외국인 거주지역과 미 합작기업 건물 등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테러가 겨냥한 곳은 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고 실제로 수십명의 미국인이 부상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후 중동 반미 보복 테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계획된 테러로 추정하고 있다. 파월 미 국무장관은 13일 "이 연쇄 폭발사건이 알카에다 테러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도 사고 직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리들이 이번 폭탄테러의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사건의 용의자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과격 이슬람 세력들을 지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개혁운동 지도자인 사아드 알파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동 중인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는 한 지하드 운동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알파키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최근 과격 이슬람 세력을 체포한 것이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알카에다 대원 19명을 체포하고 폭발물과 무기들을 압수했다. 이에 대해 '걸프지역 무자히딘'이라는 과격단체는 11일 미국인들과 그들의 재산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아랍인들의 '분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상된 공격이라는 것이다. 중동 각국 정부들과 지식인들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지연과 이라크 전쟁이 이슬람 세력의 테러활동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특히 미군 주둔.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고실업 등으로 친미 왕정에 대한 거센 반감이 팽배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반미.반정부 폭력사태 발발 가능성이 큰 국가로 분류돼왔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연쇄 폭탄테러와 앞서 발생한 러시아 체첸자치공화국의 폭탄테러가 서로 연계돼 있으며 '같은 흔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인테르 팍스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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