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면회인이자 최초의 통화자 공범 부인 양 여인 동정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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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도 조세형 탈주사건의 열쇠는 공범 정윤룡씨의 부인 양형숙씨(32· 서울 홍은동)가 쥐고 있다. 5일째 경찰의 추궁을 받고있는 양씨는 조의 탈주 전 최후의 면회인이자 탈주 직전 공판정에 나왔다가 탈주 후 최초의 접선 인물.
양씨의 남편 정씨는 조가 훔친 보석의 중간 처분책. 남편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조가 훔친 보석 6천여 만원 어치를 팔아준 혐의로 조와 합께 재판을 받는 중이다.
양씨는 탈주 당일 대법정에서 방청을 마친 다음 탈주현장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많은데다 홍콩에 있는 조의 부인 나씨(34)로부터 전세금 중 3백만 원을 받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더욱 혐의를 짙게 하고 있다.

<면회>
양씨는 4월 들어서 2, 4, 13일 등 3차례나 조를 면회했다.
양씨는 조의 면회 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친구인 조영자씨(35· 서울 신사동)의 주민등록증을 빌어 조의 여동생이라고 속여 면회를 했다. 양씨는 조가 구속된 직후에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으로 조의 형수 행세를 하며 면회해오다 지난 2월 서울 구치소로부터 면회 중지 결정을 받아 친구 조 여인에게 『수감중인 남편의 친구를 면회하는데 내 주민등록증으로 안 된다. 성(성)이 같으니 주민등록증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친구 조 여인의 주민등록증으로 탈주범 조의 누이동생을 사칭하며 면회를 했다.
양씨가 남편도 아닌 조를 [형수] [동생] 행세까지 하면서 조와의 면회에 열중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양씨는 경찰에서 남편 정씨로부터 『조세형이가 부인도 출국해 외로울 테니 자주 면회하라』는 말을 듣고 조를 면회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단순히 이 같은 부탁 한마디만으로 남의 주민등록증까지 빌어 열성적으로 조를 면회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접견부에 따르면 양씨는 탈주 전날인 13일 조에게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수민 엄마 집]이라며 알려주었는데 구치소에 있는 재소자는 외부 통화가 불가능해 건화번호를 알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알려준 것은 탈주가 사전 공모했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수민 엄마는 바로 양씨 자신인데도 [수민 엄마 집 전화는…]하고 서로 말한 것도 석연챦다.

<행적>
양씨는 탈주 당일인 14일 현장에 있었다. 대법정에서 조의 재판과정을 지켜봤고 일반 피고인 가족들처럼 피고인이 호송버스를 타는 것을 지켜봤을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보여 조가 버스에 오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면 탈주사실을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다는 결론.
더구나 빌은 주민등록증을 조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인 14일 하오 7시30분쯤 친구 조씨를 남대문시장까지 찾아가 『면회했던 사람이 탈옥을 했다』고 말한 것도 조의 탈주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시간이다.
양씨는 경찰에서 사건 당일인 14일 조세형의 의형제인 신씨(29· 서울 삼성동)와 부인 나씨의 친구인 이씨(35· 서울 장안동) 등과 함께 재판을 방청한 후 재판소 부근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담당 변호사인 한 모씨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하오 6시 50분쯤 홍제동 집에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조금 후인 하오 7시쯤 범인 조로부터 『돈 있는 대로 홍익대 앞으로 갖고 나오라』는 첫 번째 전화를 받고 떨려서 홍익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두 번째 전화가 걸려온 하오 11시까지는 교도관 등 수사관이 양씨의 집에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하오 7시∼하오 11시 사이에 탈주한 조와 은밀히 만나 탈주자금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양씨는 첫 번째 전화를 받은 후 하오 8시쯤 자신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려주었던 친구 조양자씨(34)를 남대문 시장으로 찾아가 『빌은 주민등록증으로 면회했던 사람이 탈옥했다. 수사관이 찾아올 테니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씨가 구태여 이 시간에 친구 조씨를 만난 것은 탈주한 조를 홍익대 앞이나 제3의 장소에서 접선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화>
양씨가 조로부터 첫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은 14일 하오 7시쯤. 그 직후에 주민등록증을 돌려주러 나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면 양씨가 조 여인을 만나러 가기 전 그 중간에서 만날 수도 있었다고 보여진다.
양씨에게 혐의를 둔다면 양씨가 수사당국에 진술한 전화내용이나 그 시간 등을 모두 믿을 것은 되지 못한다.

<전세금>
조가 전세 들었던 반포 주공 아파트의 전세금 2천만 원을 조의 부인 나씨가 찾아낸 것은 1월 15일.
나씨가 그중 3백만 원을 양씨에게 주고 필요할 때 쓰도록 했다는 점도 이상하다. 양씨가 조의 집으로 찾아가 나씨와 처음 만난 것이 조의 구속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말인 점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거액을 그냥 줄만큼 가까운 사이로는 보기 힘든 실정.
양씨는 이 돈을 생활비에 썼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 돈이 조의 탈주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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