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DVD와 USB … 통일부, 대북 살포 제지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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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북한 국방위원회가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오후 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신년기자회견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북한 국방위는 7일 밤늦게 메시지를 냈다. 흡수통일, 대북전단 살포,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문제 삼는 내용들이었다. 메시지의 일부는 미국을 향했지만, 대부분 청와대를 겨냥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국방위는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대단합을 이룩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제도 통일·체제 대결에 매달릴 작정인가”라며 흡수통일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국방위는 또 한·미 군사연습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나라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긴장 격화의 길로 계속 나갈 작정인가 하는 입장을 똑바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담화 발표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중이 담겼음을 분명히 했다.

 국방위는 별도의 정책국 성명에선 김정은 풍자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를 해킹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대조선 제재 조치부터 전면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국방위 담화와 성명에 대해 “북한은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실질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나오기 바란다”고 대화에 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반면 대화 국면을 깨지 않으려는 화답의 메시지도 보냈다. 대표적인 게 대북전단 살포 건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가 20일 영화 ‘인터뷰’의 USB와 DVD 살포를 예고한 데 대해 “박 대표가 전단을 공개적으로 날리면 북한이 위협을 강하게 할 것이고, 해당지역 주민도 항의할 것이다. 국민에게 위협이 클 것으로 보여 신병안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전단을 날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박 대표의 행위를 막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대북전단 살포는) 주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그런 점에서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소니 해킹은 북한 소행”=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7일(현지시간) 소니픽처스 해킹의 책임자로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을 지목했다. 클래퍼 국장은 지난해 11월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철이 식사 자리에서 미국을 비난하며 ‘독설’을 했다며 “(김영철이)소니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최종 OK했을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또 “김영철은 ‘한·미 군사연습이 전쟁 도발’이라고 주장해 나도 ‘남한의 섬(연평도)에 대한 포격은 외교적이지 않았다’고 말해 줬다”고 밝혔다.

서울=장세정·정원엽 기자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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