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외국인들 왜 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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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춤하던 증시가 다시 탄력을 받더니 26일 마침내 1200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수년째 상승장을 주도해 온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외면하듯 팔자 공세에 나서고 있어 증시 전망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2700억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 14일 이후 쏟아진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만 1조원이 넘는다. 파는 종목도 처음엔 주로 정보기술(IT).자동차 등 대형주였지만 지금은 여타 중소형 종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셀코리아'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외국인들은 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직후 두달여간 2조원 가량 순매도 공세를 펼쳐 지수를 확 끌어내렸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23일 외국인들이 2200억원 이상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가 24포인트 가량 급락한 것도 이런 우려감의 반영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단기간 주가가 크게 오르자 그간 벌어들인 이익을 챙기는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바꿀 만한 큰 변수가 안팎에 없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의 대량 이탈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미국 장기채 금리가 안정적인데다, 한국 관련 펀드에도 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지난 3~4월 미국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자금 이탈 같은 현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7월 이후 상승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한만큼 외국인들이 어느정도 팔자에 나서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올들어 한국 기업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도 않았지만 적립식펀드 등에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만 해도 7배였던 것이 10배로 높아진 상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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